올해 초 밀알복지재단 전 직원이 참석한 영성수련회. 직원들은 이 모임에서 사회 약자들에 대한 봉사와 기독교 정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이제는 정말 어렵겠다’, ‘포기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기적이 찾아오더군요.”
장애인복지기관인 밀알복지재단 사람들은 요즘도 24년 전 그날을 회상한다. 1991년 말 당시 한국밀알선교단은 전문사회복지사업을 수행할 목적으로 법인을 설립하려 했다. 하지만 고난의 연속이었다. 사회복지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모든 선교단 사람들이 1년 이상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필요한 재원의 10%도 마련하지 못한 것. 모두가 낙심하는 순간 ‘천사’가 나타났다. 익명의 기부자 2명이 10억 원 상당의 빌딩과 5억 원 상당의 땅을 아무 조건 없이 기부했다. 말 그대로 기적이었다. 밀알복지재단은 1993년 7월 15일 이렇게 설립됐다.
장애인에게 희망을… 밀알복지재단의 활동
“긴 세월 동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생각으로 사회 약자를 위해 봉사했습니다.”
밀알복지재단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실제 재단은 설립 후 현재까지 장애인을 위해 봉사해왔다. 특히 아동에서 노인까지 생애주기별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영유아기에는 장애인의 통합보육을 지원한다. 만 3세 이상 영유아에게는 통합보육시설, 장애아동에게는 수술비를 지원한다. 장애아동 방문물리치료사업도 병행 중이다.
눈에 띄는 것은 재단이 1997년 설립한 ‘밀알학교’. 자폐아와 발달장애 아동의 재활과 교육을 돕는 특수학교다. 학교 역시 기적처럼 설립됐다. 자금이 부족할 때 남서울은혜교회가 약 200억 원을 들여 재단에 기부한 것.
재단 측은 “그 돈으로 편리한 예배당을 지을 수 있었지만 교인들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부했다. 남서울은혜교회 성도들은 현재까지 체육관에 의자를 설치하고 불편하게 예배를 드리면서도 매년 수억 원의 후원금을 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들의 사회 활동도 돕는다. 청년기와 성인기 장애인의 장애 정도에 맞게 직업재활시설에서 일을 하도록 돕거나 보호센터에서 활동하도록 지원한다. 직업재활사업, 장애청소년들의 보호시설인 장애인주간보호시설 등도 운영 중이다.
굿윌(Goodwill) 스토어 사업은 가정과 회사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기부받아 상품화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매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최저임금을 지급받는다. 2011년 5월 서울 송파구에 문을 연 밀알송파점을 시작으로 밀알도봉점, 밀알전주점, 밀알구리점 등 총 4곳에서 100여 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재단 측은 “향후 전국 각지에 100여 개의 굿윌스토어를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 임보혁 씨. 해외까지 손 뻗친 ‘봉사의 손’
아동, 청소년, 취업뿐 아니라 노년기 장애인을 돕는 생활보호 및 요양보호 시설도 운영 중이다. 또 지역사회복지관, 가족 문제를 돕는 건강가정지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노인종합복지관, 노인 일자리사업장인 시니어클럽, 저소득층 홀몸노인을 위한 재가노인지원센터 등 비장애인 취약계층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재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장애인복지기관으로 성장했다. 국내 5개 지부와 48개 산하시설을 운영 중이다. 직원은 1350명, 후원자는 17만 명이 넘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저개발국가에서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21개국에 28개 사업장을 설치해 장애인, 소외 이웃에게 교육과 학교 설립, 생계를 지원한다. 오지를 찾아가 진료활동을 펼치는 보건의료사업,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주민 스스로 빈곤을 해결하는 사회적경제사업도 병행 중이다. 재단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7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로부터 특별 협의적 지위를 획득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복지는 인간답게 사는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 것” ▼
홍정길 이사장
밀알의 영문 스펠링인 ‘MIRAL’의 첫 글자는 Modesty(겸손), Integrity(정직), Respect(존중), Advocacy(옹호), Love(사랑)을 가리킵니다. 이를 실천해 사회적으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인 장애인을 계속 도울 겁니다.
제가 40여 년간 목회하면서 항상 생각했던 것은 인류의 구원과 평화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을 조금이나마 닮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세상을 섬기기 위해 죽으셨고, 그래서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세상을 섬기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리스도인과 그들의 모임인 교회는 섬김을 통해서 이 땅에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습니다. 섬긴다는 말은 봉사한다는 것인데 세상을 위해 교회가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서울은혜교회의 경우 자폐아동을 섬기는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예배당 건축을 포기했습니다. 손해를 감수한 것이죠. 이 덕분에 자폐아동과 그 가족들을 진심으로 섬길 수 있게 됐습니다. 더불어 지역사회에 장애인을 섬기는 좋은 교회로 알려져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난 22년간 밀알복지재단은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익명의 천사들과 교회, 수많은 시민들과 기업의 참여로 기적과 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장애인복지 중심의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실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성경 말씀 그대로 이루어져 가니 감사할 뿐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의 약점인 양극화 등을 치유해야 합니다. 빈부격차와 불평등이 심해질수록 사회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복지를 사회의 안전망이라고 하지요. 국가의 주도로 복지가 발전하려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합니다. 여기에는 조세저항이 있는데 강제성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발적인 민간복지는 주는 자에게는 삶의 보람과 의미를 가져다 주고 국가가 할 수 없는 다양한 복지를 통해 공공복지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주는 자와 받는 자가 더불어 사는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사회통합이 이루어지면 이 땅에 평화가 정착되게 됩니다. 결국 복지는 인간답게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보다 더 겸손한 자세로 창립 초기의 순수성과 투명성이 변질되지 않도록 힘쓰려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굿윌 스토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려고 합니다. 자선이 아닌 기회를 주는 굿윌 스토어 확장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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