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현의 힐링 미술관]아직 너무나 젊은 여러분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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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Plain, 에리크 베렌시올.
On the Plain, 에리크 베렌시올.
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울타리 밖 세상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것이 더 많은 나이의 소녀. 어른들은 모두 ‘그때가 좋을 때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건 기성세대의 자조가 담긴 거짓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때가 가장 좋을 때라고, 그때가 가장 예쁜 나이라고 말하는 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유년기의 좋은 기억만 간직하려는 어른들이나 하는 소리지요. 제대로 살고 있는 어른이라면 가장 좋은 때는 늘 ‘현재’가 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젊음은 자신의 젊음과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연소해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늘 젊고 새로운 것에만 관심을 두는 풍조는 젊은이들에게 하루빨리 이 젊음을 즐기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조바심이 나게 하고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게 부채감마저 느끼곤 합니다. 게다가 경쟁 구도가 심화함에 따라 주류에 탑승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일찌감치 낙오자라고 낙인찍어 버리고 섬세한 감수성을 걸핏하면 ‘중2병’으로 치부해 버리기까지 하니 세상에서 고립된 느낌이 들어 더욱 힘이 들지요.

틀에 갇힌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A 양은 학교만 가면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증이 찾아와 힘들어했습니다. 또래들 사이에서 늘 소외당하는 것 같고 뭘 해도 겉도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획일화된 교육과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많은 갑갑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소녀가 발을 걸치고 있는 울타리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A 양의 학교처럼 갑갑하게만 느껴지는 이 울타리를 끝까지 생각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울타리는 무엇인지, 왜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지, 울타리 너머에 무엇이 있을 것 같은지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 울타리 바깥으로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곳이 더 넓은 세상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 울타리 너머에 무언가 반드시 있을 것만 같다면 여러분은 자신에게 꼭 맞는 장소를 찾을 수 있게 될 거예요.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장소를 명확히 그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그곳에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고민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만 같고 힘에 부쳐도 끝까지 고민하고 견뎌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여러분은 분명 더 단단한 날개를 가지고 울타리 너머로 날아오를 수 있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아닌 자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젊음은 무조건 그래야 하는 겁니다.

김선현 차의과학대 미술치료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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