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매거진]맹수와도 같은 파도를 뚫고… 맨몸으로 바다와 마주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3시 00분


네파 아웃도어스쿨과 함께하는 스쿠버다이빙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이 바닷물 입수 전 교육장에서 자세와 장비 조작에 대해 교육을 받고있다.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하는 참가자들이 바닷물 입수 전 교육장에서 자세와 장비 조작에 대해 교육을 받고있다.
바닷속 세상은 나에겐 미지의 영역이다. 늘 꿈꿔왔지만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세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그곳으로 간다. 사진과 영상으로만 만났던 그 곳으로. 네파아웃도어스쿨 시즌2, 열한 번째 도전은 스쿠버다이빙이다.

스쿠버다이빙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장비에 대한 이해다. 본격적인 실습에 앞서 짧지 않은 시간을 이론과 장비교육에 할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늘 스쿠버다이빙 체험에는 네파 홍보대사인 전서화 씨가 강사로 함께한다. 전 씨는 설악산악구조대 대장을 지낸 전문 산악인이자 베테랑 스쿠버다이버. 전 씨는 초보자가 대부분인 참가자들에게 이론교육을 통해 ‘침착’을 강조했다. 물속이라는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당황하면 쉽게 대처할 수 있는 문제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수영을 못한다’는 한 참가자의 걱정에는 ‘스쿠버다이빙은 어차피 물에 잘 빠지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라는 재밌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수영은 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배우는 기술이지만, 스쿠버는 물에 잘 빠지기 위해 배우는 기술이니까. 직접 경험해 보면 알겠지만 물에 잘 빠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바닷물에 뛰어든 스쿠어다이빙 도전자들. 입수 직전 손을 흔드는 모습에서 설렘과 떨림이 출렁인다.
바닷물에 뛰어든 스쿠어다이빙 도전자들. 입수 직전 손을 흔드는 모습에서 설렘과 떨림이 출렁인다.

이론교육을 마치고 강의실 앞에서 다양한 스쿠버 장비와 마주했다. 생각보다 종류가 많다. 장비교육은 슈트를 착용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스쿠버용 슈트는 온몸을 감싸는 잠수복 외에도 머리에 쓰는 후드와 손을 보호하는 글러브, 그리고 부츠로 구성돼 있다. 합성고무로 제작된 슈트는 물속에서 체온을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장비다. 요즘 같은 여름에도 바닷속 온도는 13∼17도 정도밖에 안 된다. 수트를 착용하지 않으면 물속에서 10분 이상을 버티기 힘들다. 다음은 공기통이라 부르는 압축공기 실린더. 스쿠버다이빙을 가능케 하는 핵심 장비다.

‘스쿠버(scuba)’는 영어로 ‘Self 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독립식 수중 호흡장비를 의미한다. 그러니 공기통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얘기. 간혹 압축공기 실린더를 ‘산소통’이라 부르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공기통에는 산소 외에도 대기와 같은 양의 질소가 함유돼 있기 때문. 심해잠수사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잠수병은 질소가 수압에 의해 몸 밖으로 제대로 빠져나오지 않아 발생하는 증상이다. 참고로 압축공기 실린더는 대기와 같은 21%의 산소와 79%의 질소로 채워져 있다. 압축공기 실린더의 공기는 레귤레이터를 통해 입과 연결된다. 레귤레이터는 탱크와 결합시키는 1단계 감압부와 자신의 입에 무는 2단계 감압부로 되어 있는데 이 두 개를 합쳐서 레귤레이터 시스템이라 부른다.

스쿠버다이빙에서 또 하나 중요한 장비는 부력조절기이다. 조끼처럼 생긴 부력조절기는 버튼을 이용해 간단히 공기를 넣고 뺄 수 있도록 제작돼 있어 물속에서 몸의 균형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20kg이 넘는 장비를 착용하고도 수면 위로 쉽게 올라올 수 있는 것은 모두 이 부력조절기 덕분이다. 레귤레이터와 부력조절기의 조작법을 몇 차례 반복 숙달한 뒤 각자의 장비를 들고 기초 훈련을 위해 실내 연습장으로 이동했다.

이젠 실전이다. 용기를 내 거대한 수조 안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본격적인 잠수에 앞서 레귤레이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부터 확인했다. 몸을 조금 낮춰 입에 문 감압기가 물에 잠길 정도의 높이를 유지한 채, 숨을 쉬어 본다. 난생 처음 해보는 물속에서의 숨쉬기. 수면 위로 부글부글 거친 물방울이 솟아오른다. 조금 답답했지만 그리 나쁘진 않다. 레귤레이터를 이용한 호흡은 최대한 천천히, 그리고 길게 유지하는 게 요령이다. 어느 정도 호흡에 익숙해지니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호흡에 익숙해졌다고 무턱대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야도 좁아지고 몸의 움직임도 둔해진다. 말을 할 수 없으니 의사소통도 어렵다. 수화를 알아야 하는 이유다. 스쿠버다이빙은 늘 버디(buddy)라 부르는 파트너와 함께 움직이지만 물속에서 서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수화뿐이다. 수경에서 물을 빼내는 방법이나 고막 안의 공기압과 고막 밖의 수압을 맞추는 이퀄라이징(equalizing)도 충분히 연습해 두는 게 좋다. 특히 이퀄라이징은 물속에선 수시로 해주는 게 좋은데, 코를 막고 바람을 불어넣는, 이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수압으로 인해 발생하는 귓속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해변으로 나온 건, 그렇게 3시간 정도 실내연습장에서 기초훈련을 마친 뒤였다. 푸른 하늘과 달리 파도는 높고 거칠었다. 참가자들의 안전을 위해 방파제 주위에서 체험을 진행하기로 했다. 안전을 위해 전서화 강사 외에 4명의 전문 다이버가 동행했다. 입수에 앞서 강사는 방파제 앞 테트라포드(방파제에서 볼 수 있는 다리가 네 개 달린 콘크리트 덩어리) 주위로는 절대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자칫 테트라포드에 갇히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침내 바다와 맨몸으로 마주한 순간,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두려움도 설렘도 아닌 그 낯선 기분은 마치 울타리 없는 동물원에서 맹수와 마주한 것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몸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력조절기에서 빠져나간 공기만큼 물속으로 빨려들었다. 눈앞이 흐려졌고 소리가 사라졌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그곳에서 중력을 거부한 몸은 더없이 자유로웠다. 바다는 그렇게 천천히 나를 받아들였다.

▼ 전서화 네파 홍보대사가 전하는 초보 가이드 ▼
1. 파트너인 버디와 떨어지지 말 것

스쿠버다이빙은 둘이 한 팀을 이뤄 진행된다. 아무리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해도 바다에서는 많은 변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속에서는 늘 버디의 위치를 확인하고 함께 행동해야 안전하게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2. 철저한 장비 점검은 필수

스쿠버다이빙에서 장비 점검은 생명과 직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압축공기 실린더의 압력과 레큘레이션, 그리고 부력조절장치의 작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3. 준비운동 철저

스쿠버다이빙은 온몸을 활용해야 하는 전신운동이다.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준비운동 없이 물에 들어가면 근육경련으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준비운동은 팔목과 발목 등 관절 부위는 물론이고 스트레칭을 통해 허리와 허벅지 근육도 함께 풀어주는 게 좋다.

네파 제공

스쿠버다이빙을 마친 참가자들이 프로그램 수료증을 들고 웃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 맨몸으로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스포츠다. 네파 제공
스쿠버다이빙을 마친 참가자들이 프로그램 수료증을 들고 웃고 있다. 스쿠버다이빙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 맨몸으로 바다를 느낄 수 있는 스포츠다. 네파 제공

글·사진 정철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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