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국제시장’ 얼추 꼴갖춘 신파…10점만점에 5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1일 12시 22분


진중권 동양대 교수. 동아일보 DB
진중권 동양대 교수. 동아일보 DB
‘디 워’, ‘명량’ 등에 대한 ‘문제적 영화평’으로 논란을 빚은 문화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최근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는 ‘국제시장’을 본 감상평을 남겼다. 산업화 시대를 다룬 이 영화를 두고 정치적 입장이 다른 이들 간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쪽은 과거를 미화한 정치영화라고 비판하고 다른 쪽은 아버지 세대를 그린 가족영화 일뿐이라고 두둔하고 있다.

진 교수는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그럭저럭 얼추 꼴을 갖춘 신파”라면서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 듣기 힘든 영화”라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다만 “‘7번방의 선물’과 같은 영화를 1000만이 넘게 봐주는 나라에서 이런 영화에 관객이 많이 드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산업화 시대의 ‘아버지’라는 신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느냐… 나름 진지하게 다룰 가치가 있는 주제인데, 감독은 정면승부 대신에, (우리 세대라면 자라면서 지겹게 들었을)이야기를 썰렁한 개그와 싸구려 신파로 재 포장해 내놓는 길을 택한 듯”이라며 “그거 보고 감동을 먹었다면, 그걸로 된 거고, 그거 보고 역겨웠다면, 그걸로 된 거고…. 문제는 영화에 대한 평가에서까지 국론통일이 이뤄어져야 한다고 믿는 일부 모지리들의 70년대 멘탈리티”라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점수로 매기면 “10점 만점에 5점정도”라면서 “그냥 집에 나이 드신 분들 계시면 모시고 가면 좋아하실 거다. 내용이나 형식의 두 측면에서 모두 그 분들 취향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아버지 세대에게 찬사를 보낸 게 아니라 실은 공치사를 보낸 것”이라며 “그 세대가 한 고생을 아주 값싸게 영화적으로 한 번 더 착취해 먹었다고 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평가해줄 만한 장면이 있다면, 싸우다 말고 국기에 경례를 하는 장면”이라며 “거기엔 모종의 리얼리즘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근데 정작 그 영화에 열광하는 이들은 거기서 ‘애국심’을 보고 감동을 해대니, 대한민국에서 감독질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거예요. 휴”라고 꼬집었다.

앞서 진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같은 장면을 보고 “최근에 돌풍을 일으키는 영화에도 보니까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퍼지니까 경례를 하더라.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공동체가 건전하게 어떤 역경 속에서도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말한 것에 대해 “저는 그만 뒤집어지고 말았답니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국제시장’은 이날 누적 관객 수 500만 명을 넘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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