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배우,무대]대형 천으로 만든 山… 88번 무대전환 일등공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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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그날들’

뮤지컬 ‘그날들’에서 천으로 만든 산은 아래위로 쉽게 움직여 빠른 무대 전환이 가능하다. 쫓기던 무영과 그녀가 입맞춤하는 곳(왼쪽)과 청와대 경호원들의 경호 시범의 배경이 모두 산이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그날들’에서 천으로 만든 산은 아래위로 쉽게 움직여 빠른 무대 전환이 가능하다. 쫓기던 무영과 그녀가 입맞춤하는 곳(왼쪽)과 청와대 경호원들의 경호 시범의 배경이 모두 산이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리운 그대/아름다운 모습으로/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청와대 경호처 부장 정학(유준상 이건명 최재웅 강태을)이 산 한가운데 서 있다가 ‘거리에서’를 부르며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산은 서서히 낮아지고 정학이 무대 한가운데로 내려오면 무대 배경은 전봇대와 가로수 영상이 비치는 거리로 변한다. 검은색 대형 천을 아래위 두 조각으로 찢어낸 듯 만든 산이 무대를 꽉 채워 스크린이 된 것이다.

고 김광석이 부른 노래를 엮어 장유정 씨가 극본을 쓰고 연출한 창작 뮤지컬 ‘그날들’은 무대가 88번 전환된다. 창작 뮤지컬의 경우 무대 전환이 보통 20∼30번인데 ‘그날들’은 3, 4배 더 바뀌는 셈이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씨는 “극본을 본 순간 영화 시나리오 같았다”고 말했다.

‘그날들’은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대통령의 딸과 경호원이 함께 실종되는 사건과 정학의 파트너 무영(김승대 오종혁 지창욱 규현)이 20년 전 경호를 맡은 여성과 사라진 사건이 교차된다. 지난해 초연돼 현재 재공연되고 있다.

‘이등병의 편지’ ‘변해가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서정성 짙은 노래는 강하고 남성적인 느낌으로 편곡됐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무대는 작품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연주회장이 경호훈련장으로 바뀌고, 청와대 내 비밀 자택이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책이 빽빽이 꽂힌 도서관이 펼쳐진다.

사건의 핵심 장소인 산은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져 수많은 무대 전환이 가능하게 한 일등 공신. 산을 조형물로 만드는 것도 검토했지만 이동시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천으로 만들었다. 벨루어 소재로 만든 폭 12m, 높이 8m 산은 아래위 두 조각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곧바로 나타나고 사라져 ‘산→경호원 샤워실→산’ 등의 변화가 수월해졌다. 산 아래 조각 일부에는 천 뒤에 합판을 대 조형물처럼 단단한 느낌을 준다. 벚꽃, 악보 등 영상을 비출 때는 굵은 실로 만든 커튼을 산 앞에 드리워 하얀색 스크린이 되게 했다. 박 씨는 “산의 가로로 갈라진 공간은 경호 시범을 보일 때는 푸른색, 쫓기던 경호원 무영이 홀로 서 있을 때는 붉은색 조명으로 채워 냉철함과 긴박감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1월 18일까지 서울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6만6000∼11만 원. 1544-1555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그날들#창작뮤지컬#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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