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기… 병사의 자살… 우리 삶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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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공동수상 정재민 판사-이동원씨

제10회 세계문학상을 공동 수상한 정재민(왼쪽), 이동원 씨.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제10회 세계문학상을 공동 수상한 정재민(왼쪽), 이동원 씨.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우리 삶에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30대 작가. 제10회 세계문학상을 공동 수상한 정재민(37) 이동원 씨(35)의 공통점이다. 정 씨의 수상작 ‘보헤미안 랩소디’는 실제 의료 사기 사건을, 이 씨의 ‘살고 싶다’는 군대 자살사건을 소재로 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 난치병인 류머티즘 관절염이라고 허위 진단한 뒤 독한 약을 계속 처방해 환자가 결국 위암으로 사망한 사건을 다룬다. 소설의 주인공 지환은 피해자의 아들로 현직 판사지만 의사를 비호하는 세력을 상대로 싸우기란 쉽지 않다. 공황장애를 겪는 지환은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내적 갈등의 원인을 찾아간다.

대구가정법원 판사인 정 씨의 경험이 소설의 바탕을 이룬다. 정 씨의 어머니를 숨지게 한 의사는 법의 심판을 교묘히 피해갔다. “사회고발 소설을 쓰려고 했으면 이 소설을 10년이 넘도록 묵히지 않았을 겁니다. 이 분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정신분석을 1년간 받았습니다. 우리 사회에 산재한 부조리와 충돌을 구조적으로 분석해주는 이들은 많습니다. 그런 시스템에 놓인 개인의 깊은 내면을 문학을 통해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문학이 구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믿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을 쓰면서 수없이 나를 되돌아봤고 치유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이동원 씨는 20대 중반부터 시나리오 작가로 글을 썼지만 영화화된 작품이 없었다.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했다. 지난해 청소년소설을 펴냈지만 별 반응이 없었다. 투고한 원고는 거절당했다. 낙담했다. 앞으로 글을 써 나갈 수 있을까.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살고 싶다.” 그 순간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 소설을 쓰리라 마음먹었다.

‘살고 싶다’는 국군광주통합병원을 배경으로 이필립 상병이 한 병사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을 그렸다. 폐쇄된 조직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을 마주한 이 상병은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살고 싶다는 감정을 실어 넣을 이야기를 고민하다 보니 10년 전 군 생활이 떠올랐습니다. 소설 속 자살한 병사의 일기 내용은 제가 군 생활 때 쓴 일기를 그대로 옮긴 겁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놓지 않았습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제10회 세계문학상#정재민#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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