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경은 아름다운 목소리와 높은 지능 등 타고난 게 많다, 모차르트처럼. 그는 “보석을 갖고 태어난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것 같다. 살면 살수록 좋고 나쁜 게 뭔지 점점 더 모르겠다”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모차르트의 광기와 천재성, 괴팍함을 더 도드라지게 표현할 겁니다. 완전히 무너지고 미쳐볼 거예요. 내가 느낀 모차르트 그대로요.”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임태경(41)에게서는 ‘새삼스런’ 흥분과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는 다음 달 14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연을 맡았다.
2010년 초연 이후 네 번째 만나는 모차르트. 하지만 영국 출신 연출가인 에이드리언 오스먼드가 새로 맡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요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대 디자인도 모두 다시 만들었다.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천재성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방황에 초점을 맞춰 록과 팝, 재즈 등 다양한 음악으로 풀어낸 뮤지컬. 모차르트 역엔 그와 박은태, 가수 박효신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이번 공연에선 모차르트가 자신을 고용한 콜로레도 대주교와 대립하는 내용이 강화됐어요. 노래도 음정 가사 박자 모두 원곡에 충실하게 조금씩 바뀌었고요.”
그는 조금씩 바뀐 곡을 부르는 게 새롭게 노래를 배우는 것보다 열 배는 더 어렵다며 ‘엄살’을 부렸다.
“이전의 노래가 자꾸 튀어나와요. 미치겠어요. 초연부터 함께 공연한 박은태 씨와 둘이서 이번에 처음 합류한 가수 박효신 씨를 부러워한다니까요.”
그는 인물 분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모차르트가 너무나 잘 이해된다고 했다.
“제가 공학을 전공했는데, 모차르트의 음악은 수학적으로 매우 잘 표현돼 있어요. 분석하다 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방정식처럼 짜여져 여기에 2를 더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은 음악이 딱딱 나오죠.”
미성에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그는 스스로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 때문에 맡은 인물 자체가 되도록 스스로를 세뇌시킨다.
“‘황태자 루돌프’를 할 때는 황태자처럼 행동했죠. 동료들에게 수시로 ‘밥차를 쏴서’ 밥값만 1700만 원을 썼다니까요(웃음). 요즘은 연습실 구석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요. 인사도 잘 안 하게 되고요.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재수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이미 저의 모차르트는 시작됐어요.”
수재들의 모임 멘사 가입이 가능한 아이큐를 지닌 그는 뭐든 분석한다. 운동을 할 때도 어떤 심박수에서 칼로리 소모가 극대화되는지, 근육을 키우는 데 효과적인지 파악했다. 카지노에서는 20달러로 7000달러를 딴 적도 있다. 확률을 파악한 덕분이다. 대학 때 부전공으로 성악에 법학까지 공부할 정도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삶이 몸에 배어 있다.
“중학교 때 백혈병을 앓았어요. 의사가 부모님에게 장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대요. 의식이 돌아온 뒤 회복됐고 내가 왜 살아났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루하루가 보너스 같았죠. 치열하게 몰입하는 건 당연했고요.”
하지만 사는 건 만만치 않았다. 2011년 목소리가 안 나왔다. 감기에 걸려도 노래가 가능했던 그였지만 말소리조차 안 나왔다. 이후 스페인 독일 미국을 다니며 발성 코치를 만나 치료하고 목을 다치지 않게 소리 내는 법을 배웠다. 목소리를 찾았지만 그는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며 무대에 섰어요. 그런데 그건 오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지속적인 행복은 다른 사람이 줄 수 있는 게 아니더군요.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다시 찾아야 해요. 어디로 튈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하하.”
6월 14일∼8월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13만 원, 02-6391-6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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