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아이들의 영웅… 그 자부심으로 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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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모여라 딩동댕’의 ‘번개맨’ 서지훈 - ‘마리오’ 유수호씨

EBS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가 그려진 벽 앞에 선 마리오 유수호 씨(왼쪽)와 번개맨 서지훈 씨. 두 사람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고 말투도 조심한다”며 “무대에 내려가 아이들과 악수하고 눈을 마주칠 때 가장 기쁘다”고 했다. EBS 제공
EBS 어린이 프로그램 캐릭터가 그려진 벽 앞에 선 마리오 유수호 씨(왼쪽)와 번개맨 서지훈 씨. 두 사람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려고 말투도 조심한다”며 “무대에 내려가 아이들과 악수하고 눈을 마주칠 때 가장 기쁘다”고 했다. EBS 제공
“번개맨을 불러달란 말이오!”

“번개맨, 번개맨, 번개맨!”

매월 2회 전국을 돌며 열리는 EBS 어린이공개방송 ‘모여라 딩동댕’ 공연장은 아이돌 가수의 무대만큼 뜨겁다. 어린이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사랑해’ ‘파이팅’ 같은 응원문구를 적은 플래카드를 흔들며 이 프로그램의 영웅 캐릭터인 번개맨과 마리오를 연호한다.

화려한 레이저빔과 함께 번개맨이 등장해 번개스틱으로 악당을 물리치면 함성은 최고조에 이른다. 악당을 제압한 번개맨이 번개체조를 제안하면 어린이들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씩씩하게 체조를 따라한다.

어린이들의 영웅인 번개맨 서지훈 씨(36)와 로보카 보안관 마리오 역의 유수호 씨(42)를 18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1길 EBS방송센터 만났다. 둘은 28∼30일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와팝홀에서 열리는 ‘번개맨과 함께하는 파워 콘서트’(3만3000∼5만5000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잘 생긴 얼굴에 큰 키(180cm 이상),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가 영웅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서 씨는 지난해 9월 1대 번개맨 서주성 씨에 이어 2대 번개맨이 됐다. 어린 팬들은 익숙한 번개맨의 얼굴이 바뀌자 잠시 낯설어 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 출신이라 더 멋진 노래를 들려줄 수 있다. 목소리가 낮고 굵어서 영웅의 풍모에도 더 가깝다”고 자랑했다.

번개맨은 2000년 시작 당시엔 ‘모여라 딩동댕’의 조연 캐릭터였다. 하지만 번개파워와 번개체조가 인기를 끌면서 번개맨을 앞세운 뮤지컬이 제작될 정도로 대표적인 영웅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노래를 부르며 따라하는 번개체조는 늦잠 자는 어린이도 벌떡 일으켜 따라하게 만든다는 마법 체조다. 서 씨가 어린이 독자를 위해 번개체조 잘하는 요령을 들려줬다.

“번개체조 동작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주먹 찌르기, 발차기, 제자리달리기 같은 힘찬 동작은 빠지지 않았어요. 큰 소리로 노래하며 씩씩하게 따라하면 자신감도 생기고 몸도 튼튼해져요.”

마리오 캐릭터는 2012년 3월 탄생했다. 유 씨는 제작비 1500만 원을 들여 자동차로 변신 가능하게 만든 특수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다. 자동차로 변신해 무대 위를 달리다가 벌떡 일어서서 사람으로 변신할 땐 어린이뿐 아니라 함께 온 아버지들도 열광한다. 말끝마다 붙이는 ‘∼란 마리오’는 유행어가 됐다.

유 씨는 2000년 ‘모여라 딩동댕’에서 기차 역할로 연기를 시작했다. 한동안 대사가 ‘칙칙폭폭’뿐이었다. 이후 짠짠짠 탐정, 빼빼, 천재, 사슴벌레 캐릭터를 맡아 10년 넘게 어린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마리오 캐릭터를 맡고 갑상샘암이 생겨 수술을 받았어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몸이 힘들었지만 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어린이 프로를 유치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린이 발달도 돕고 좋은 추억까지 심어주는 훌륭한 프로입니다. 그 자부심으로 버텼어요.”

번개맨과 마리오는 무대 밖에서도 어린이들을 돕는다. EBS 어린이 프로 출연자들은 2012년 ‘꿈나래 봉사단’을 만들어 매년 5, 6회 어린이병원이나 도서지역을 방문한다. 지난해엔 백혈병 환자 어린이가 큰 수술을 앞두고 ‘번개파워를 받아야 용기가 날 것 같다’고 소원을 보내와 번개맨과 마리오가 병원을 찾기도 했다. ‘모여라 딩동댕’은 2000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해 14년간 700회 이상 공연해 관객 140만 명을 동원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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