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늑대가 되고 싶은 똥개의 모험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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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개 존, 늑대 대장이 되다
기무라 유이치 지음/고향옥 옮김/148쪽·9500원/뜨인돌어린이

늑대가 되고 싶은 잡종개 존은 어느 날 집을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했던가. 사냥기술이 없어 며칠째 배를 곯고, 난폭한 늑대 가스를 만나 흠씬 두들겨 맞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100일 동안 마늘과 쑥만 먹으면 사람이 될 수 있었던 단군신화 속 곰이 부러울 정도다.

이 책의 작가는 ‘폭풍우 치는 밤에’로 유명한 동화작가. 늑대와 염소 사이의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우정 이야기를 쓴 작가답게 이 책에서는 잡종견 존의 늑대 되기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과정을 그려냈다.

늑대 무리의 서열 2위인 켄의 눈에 띄어 고대했던 늑대 무리에의 합류에 성공하는 존. 하지만 호시탐탐 대장 자리를 노리는 서열 3위 가스와 그를 따르는 졸개 늑대들은 틈만 나면 텃세와 트집으로 일관하며 존을 괴롭히고 쫓아낼 기회를 엿본다. 존에게 ‘처진 귀’라는 굴욕적 별명을 붙여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힌다.

하지만 존은 꿈을 포기하지도 자신의 본 모습을 잃지도 않고 늑대 무리의 마음을 얻어 간다. 사냥을 할 때 늑대에 비해 떨어지는 날렵함은 함정을 파는 지혜로, 늑대보다 덜 예민한 후각 때문에 길을 못 찾는 단점은 비행기가 나는 방향을 보고 길을 읽는 재치로 보완한다. 존은 친구들의 장점에 나의 단점을 견주며 의기소침해 있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용기와 자존감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늑대 사냥꾼들을 쫓아내고 다른 늑대 무리의 공격을 막아낸 공로로 존은 마침내 서열 3위 늑대로 인정받는다. 가스와 졸개 늑대가 사고로 위장해 존의 든든한 후원자인 켄을 제거하려던 음모도 실패로 돌아가면서 존은 마침내 켄과 다른 늑대들의 추대로 늑대 대장의 자리에 오른다.

존의 오랜 소원이 이뤄지는 해피엔딩은 반갑지만, 존을 끝내 늑대 무리의 대장에 올려놓고 마는 소설의 결말은 늑대의 서열생활이라는 특성을 감안해도 마냥 편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나보다 우리를 앞세우는 나라에서 쓰인 동화답게 집단에 대한 헌신과 동화(同化), 위계에 대한 복종이 당연시되는 데서 기인하는 이질감일까.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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