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urmet]기린의 야심작, 얼음거품 맥주 ‘프로즌 나마’ … 한국 젊은이들 반응 초반부터 ‘A플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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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맥주 이소자키 요시노리 CEO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마련된 팝업스토어 ‘기린 이치방 가든’에서 만난 이소자키 요시노리 기린맥주 사장. 그는 “뚜껑처럼 얹힌 ‘프로즌 나마’가 20분간 생맥주를 차갑고 시원하게 유지해 준다”고 설명했다. 기린맥주 제공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마련된 팝업스토어 ‘기린 이치방 가든’에서 만난 이소자키 요시노리 기린맥주 사장. 그는 “뚜껑처럼 얹힌 ‘프로즌 나마’가 20분간 생맥주를 차갑고 시원하게 유지해 준다”고 설명했다. 기린맥주 제공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마련된 한 팝업스토어. 한낮인데도 사람들이 카페 테라스에 앉아 삼삼오오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날 모인 사람들은 ‘낮술’에 익숙하지 않은 20, 30대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자리가 없어 길게 늘어선 줄은 옆 가게까지 이어졌다. 일본 맥주 브랜드 기린이 6월 2일∼7월 2일 한 달간 이곳에서 열고 있는 ‘기린 이치방 가든’은 예상치 못한 인기에 힘입어 행사 기간을 7일까지 연장했다.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는 7월 26일∼8월 10일 부산 해운대 노보텔에서 팝업스토어가 열릴 예정이다.》

팝업스토어 ‘이치방 가든’ 흥행 성공

팝업스토어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한 것은 여기서 판매하고 있는 독특한 맥주 덕분이다. 비밀은 주방에 놓여 있는 여러 대의 슬러시 기계에 있었다. 언 상태에서 곱게 갈린 맥주 거품은 기린 맥주사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동결 교반 기술’을 통해 제작됐다. 겉으로 보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보이는 이 ‘얼음거품’은 맥주의 시원함과 탄산을 오랫동안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기린이 개발한 이 맥주의 이름은 ‘프로즌 나마’. ‘나마’는 일본어로 생(生)이라는 뜻이다.

이날 만난 이소자키 요시노리 기린맥주 최고경영자(CEO)는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인 젤라토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기린만의 맥주”라며 “지금 사용하는 슬러시 기계도 모두 이탈리아에서 공수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7년 기린맥주에 입사해 36년간 사업개발, 홍보미디어 등을 담당해 온 ‘기린맨’이다.

“일본 맥주회사들은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지 않아 고민에 빠져 있었죠. 맥주에 어떤 변화를 주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고요. 그러던 중 맥주의 일부인 거품을 얼리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일본에서는 맥주의 쓴맛 때문에 맥주를 기피하는 젊은 소비자가 많았는데 거품을 얼리면 맥주의 쓴맛이 순화되는 효과가 있었어요. 일본의 젊은층이 프로즌 나마에 열광하기 시작했죠.”

실제로 일본에서는 2012년부터 6개 도시에서 ‘기린 이치방 가든’을 운영해 총 36만 명이 다녀갔다. 이를 통해 기린맥주 판매량은 전년보다 15% 상승했으며 특히 20, 30대의 기린 맥주 구입률이 올라갔다. 브랜드 이미지도 젊고 세련되게 바뀌었다.

이소자키 사장은 주류 팝업스토어인 ‘기린 이치방 가든’의 성공 요인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꼽았다. 기린 브랜드를 잘 모르거나 관심없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라는 것. 게다가 기업이 돈을 내고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텔레비전 광고보다 소비자가 직접 체험한 것을 지인과 공유하는 SNS의 신뢰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그는 “다만 제품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되레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게 SNS”라고 강조했다.
수입맥주가 성장하고 있는 한국은 매력적인 시장

1907년에 설립된 기린맥주는 아사히와 함께 일본 맥주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대표 브랜드다. 현재 진출한 국가가 40여 개국에 이른다. 한국 시장에는 하이트진로와 파트너십을 맺고 2011년 진출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다양한 브랜드 중 ‘기린 이치방 시보리’ 브랜드만 대형마트, 편의점, 수입맥주 전문점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소자키 사장은 한국 시장을 “수입맥주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거리상으로도 일본과 가까워 비교적 신선한 맥주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는 다양한 맥주를 마셔 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맥주를 탐색하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더이상 음식점에서 점원이 가져다주는 술을 마시려 하지 않죠. 이제 주류시장에서 중요한 건 영업 능력이 아닌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그는 기린맥주가 최근 선보인 새로운 음용 방법을 소개했다. 맥주에 커피나 토마토주스를 다양하게 섞어 먹을 수 있는 일종의 맥주칵테일이 그것. 이소자키 사장은 “수입맥주에는 폭탄주가 어울리지 않는다”며 “이제 맥주업체들도 소비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술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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