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위드에 꽂힌 꼬마, 이제 파위드를 넘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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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토가 선택한 올해의 ‘라이징 스타’ 플루티스트 조성현

플루티스트 조성현은 지난해 영국 플루트협회 콩쿠르 전날 축구 경기에 나섰다가 발목 부상을 입어 절뚝거리면서 경연에 참가했다. 그는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이긴 한데 잘하지는 못한다”면서 웃었다. 크레디아 제공
플루티스트 조성현은 지난해 영국 플루트협회 콩쿠르 전날 축구 경기에 나섰다가 발목 부상을 입어 절뚝거리면서 경연에 참가했다. 그는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이긴 한데 잘하지는 못한다”면서 웃었다. 크레디아 제공
‘클래식 아이돌’을 키운 실내악 프로젝트 ‘앙상블 디토’가 올해의 떠오르는 스타로 플루티스트 조성현(23)을 소개한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남성 플루티스트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을 주축으로 2006년부터 앙상블 디토를 기획한 공연기획사 크레디아는 해마다 새 얼굴을 선보였는데, 지난해부터는 목관악기 연주자에게 집중하고 있다. 크레디아 측은 “국내에서 바이올린과 피아노로의 쏠림 현상이 극심하고 관악 분야가 특히 취약해서 관악 연주자를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오보이스트 함경(20)과 클라리네티스트 김한(17)이 디토 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조성현이 국내 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 시리즈, 야마하 라이징 아티스트 시리즈에 출연했고 이탈리아 세베리노 가첼로니 국제 플루트 콩쿠르, 영국 플루트협회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조성현의 ‘첫사랑’은 베를린 필의 플루트 수석으로 솔리스트로도 활약하는 에마뉘엘 파위드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 1998년 예술의전당에서 우연히 파위드 리사이틀을 보고 반짝거리는 악기에 순식간에 매료됐죠. 첫 곡이었던 프랑시스 풀랑크의 플루트 소나타는 CD를 사서 자장가처럼 매일 밤마다 들었어요. 그때 공연 포스터와 CD는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파위드는 모든 플루트 꿈나무들의 우상이지만 조성현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파위드의 흔적을 좇아 길을 나섰다. 예원학교 플루트 동기 8명 중 유일한 남학생이었던 그는 3학년 때 미국 오벌린음악원에 입학해 파위드의 스승인 미셸 드보스트를 사사했다. 이후 파위드의 연주를 가까이 접하기 위해 아예 독일로 건너가 현재 뮌헨음대에서 마스터 과정을 밟고 있다. 파위드 연주회는 빠지지 않고 찾는다.

하지만 그가 파위드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피아니스트 알렉시 바이센베르크를 제일 좋아하고, 보로딘 사중주단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여러 다른 악기와 연주자들을 탐구하는 열린 마음을 가장 귀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조성현은 미국 현대음악으로만 꾸미는 ‘디퍼런트 디토’에서 황뤄의 ‘다시 말해서’, 조지 크럼의 ‘고래의 목소리’, 존 애덤스의 ‘그랜드 피아놀라 뮤직’을 디토 앙상블과 연주한다. 18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4만∼6만 원. 02-2005-0114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플루티스트#조성현#앙상블 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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