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선정 2012 올해의 책 10]정치격동의 江, 책 저어 건너가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5일 03시 00분


신임 대통령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내용보다 과대평가 - 과소평가된 책?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정치의 해’였다. 교수와 스님 저자들의 ‘힐링’ 에세이도 여전히 강세였지만 각종 정치사회 비평서와 대선후보들의 책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동아일보는 올 한 해 출판된 책들 중 ‘올해의 책’ 10권을 선정했다. 학계, 예술계, 출판계와 문단을 대표하는 선정위원 35명이 책의향기팀이 제시한 150권 가운데 각자 10권 안팎의 책을 추천했고, 선정위원들과 책의향기팀이 논의를 거쳐 이 중 10권을 ‘올해의 책’으로 뽑았다(무순).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

동아일보 ‘책의향기’팀은 ‘2012년 올해의 책’ 선정위원들에게 추가 질문도 던졌다. △제18대 신임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 △책의 내용은 좋은데 독자나 평단으로부터 과소평가된 책 △반대로 과대평가된 책 △디자인이 좋은 책 등 4가지였다.

새 대통령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는 ‘대한민국 만들기’(그렉 브라진스키·책과함께) ‘최선의 결정은 어떻게 내려지는가’(토머스 대븐포트·프리뷰) ‘정약용의 목민심서’(동서문화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쓰모글루·시공사) 가 꼽혔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일자리와 연결시켜야 한다는 정책기조를 국정운영에 반드시 반영했으면 한다”며 자신의 저서인 ‘이분법사회를 넘어서’(다산북스)를 추천했다.

‘과대평가된 책’으로는 몇몇 베스트셀러가 꼽혔다. 김난도 교수의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오우아)는 “가벼운 힐링을 유행시켜 한국사회를 마취시킨 책” “한국 베스트셀러의 허상” “잘못된 진단과 주제넘은 충고, 제목부터가 폭력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선정위원은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에 대해 “그 생각의 책임성을 읽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공지영의 ‘의자놀이’에 대해 “책의 출간 의도는 선하지만 여러 사람의 자료를 적당히 짜깁기해 놓고 르포르타주라고 과대포장한 책”이라고 지적했다.

‘과소평가된 책’에는 올해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소네치카’(비채)가 꼽혔다. 최연순 김영사 주간은 “광대한 스케일과 사실적인 문체로 삶의 의미와 구원의 문제를 다뤄온 울리츠카야는 러시아의 박경리로 불릴 만하다”고 평했다.

‘디자인이 좋은 책’으로는 ‘나는 작은 회사에 다닌다’(남해의봄날) ‘경성 카메라 산책’(아카이브북스) ‘오래된 도시의 골목길을 걷다’(휴머니스트)가 추천됐다. 박맹호 민음사 회장의 자서전 ‘책’도 정병규의 단순하면서도 힘이 느껴지는 표지디자인이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가나다순)=강규형(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 고영(문학의전당 대표) 고운기(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권영민(문학평론가) 김기봉(경기대 사학과 교수) 김기중(더숲 대표) 김동률(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김병호(협성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선식(다산북스 대표) 김병희(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윤태(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김형찬(고려대 철학과 교수) 박재환(에코리브르 대표)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석영중(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손택수(실천문학사 대표) 송호근(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신경렬(더난 출판 대표) 신승철(비채 주간)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 이권우(도서평론가) 이인식(지식융합연구소장) 이현우(한림대 연구교수) 임진택(삼성경제연구소 출판팀장) 장은수(민음사 대표) 전상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천진기(국립민속박물관장) 최연순(김영사 주간)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허병두(‘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현길언(소설가)

■ 자기착취 ‘성과사회’에 대한 통찰

피로사회
한병철·문학과지성사
피로사회
한병철·문학과지성사
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철학과 교수가 현대 자본주의의 새로운 착취형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저자는 “21세기는 타인에 의한 ‘규율사회’에서 자기착취에 의한 ‘성과사회’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피로를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세상에서 피로하게 만드는 주체가 자신임을 설명함으로써 욕망의 노예가 된 현대인의 고뇌를 제대로 분석했다”고 평했다.

■ 녹색 산업시대를 대비하고 준비하라

3차 산업혁명
제러미 리프킨·민음사
3차 산업혁명
제러미 리프킨·민음사
‘엔트로피’ ‘노동의 종말’로 유명한 저자의 신작. 5월 방한했던 저자는 “석탄과 석유를 원료로 한 1, 2차 산업혁명은 끝났으며 이제 협력과 수평적 권력체계로 움직이는 녹색산업시대를 향한 3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에너지와 정보기술(IT) 혁명, 커뮤니케이션 혁명이 새로운 분산 자본주의를 주도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고영 문학의전당 대표) “대안에너지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예고하는 책이다.”(김윤태 고려대 교수)

■ 자식 잃은 고통속에 써내려간 행복론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사계절
살아야 하는 이유
강상중·사계절
일본 국민작가 소세키와 독일 사회학자 베버의 통찰을 통해 현대인의 불안한 삶을 응시하며 살아야 할 이유를 짚어주는 인문교양서. “현대사회의 병폐에 대한 수많은 진단서 중 단연 돋보이는 행복론이다. 일본이라는 구체적 거울을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손택수 실천문학사 대표) “자식을 잃은 참척(慘慽)의 고통 속에서 써내려간 책.”(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 자본주의에서 문화가 작동하는 방식

유럽문화사 도널드
서순·뿌리와이파리
유럽문화사
도널드 서순·뿌리와이파리
20세기 전 세계를 지배했던 유럽의 근대문화는 어떻게 형성됐을까. 산업혁명 이후 유행했던 음악과 신문, 소설, 연극부터 20세기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게임까지 총망라한 유럽문화통사. “근년에 나온 가장 풍부한 문화사.”(이현우 한림대 교수) “유럽이라는 공간과 200년간의 시간의 문화를 씨실과 날실로 엮은 역작.”(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자본주의 사회에서 문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는 방대한 저작.”(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

■ 등단 50년 작가 황석영의 자기반추

여울물 소리
황석영·자음과 모음
여울물 소리
황석영·자음과 모음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황석영이 작가 생활 반세기를 돌아보며 쓴 책. 19세기 전국 각지를 떠돌며 천지도(동학)에 심취했던 이신통이라는 이야기꾼을 그린 소설이지만, 작가는 방북과 해외 체류, 투옥으로 이어진 자신의 삶을 투영시켰다. 현길언 소설가는 “변하지 않는 문학적 감수성과 인간에 대한 인식의 치열함”을 장점으로 꼽았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새로운 서사와 이야기 구조, 특유의 입담이 어우러진 작품”이라고 말했다.

■ 한 해를 요동치게 만든 ‘철수 인터뷰’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김영사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김영사
올해 대선의 큰 변수였던 ‘안철수 현상’을 불러온 책. 발간 첫날 1분에 11권씩 팔려 역대 하루 최다 판매, 이틀 만에 종합베스트셀러 1위 등 국내 출판계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정치적 견해를 차치하고, 정치인 인터뷰 집 한 권이 국가와 사회를 요동치게 했다.”(한성봉 동아시아 대표) “한때 공급 부족으로 애를 먹었을 만큼 판매 속도나 비판 서적의 속간까지 올해 책 중에 화제성 면에서 당할 책이 없었다.”(백원근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 눈여겨봐야 할 인지심리학의 역작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김영사
생각에 관한 생각
대니얼 카너먼·김영사
심리학자이면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행동경제학 교양서.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경제학 이론에 의문을 던진다. 임진택 삼성경제연구소 출판팀장은 “인간의 행동을 조종하는 ‘생각’에 관한 이론을 설명하는 실험사례를 내게 적용해보는 것이 묘미”라고 말했고, 김기중 더숲 대표는 “평소 어렵게 느껴오던 행동경제학, 인지심리학 이론을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 과학-인문학을 가로지르는 통섭의 힘

사이언스 이즈 컬처
에드워드 윌슨 외·
동아시아
사이언스 이즈 컬처
에드워드 윌슨 외· 동아시아
세계적인 석학 44인이 5년간에 걸쳐 인문학과 과학에 관해 지적인 수다를 펼쳐놓았다. 진화철학, 시간, 꿈, 자유의지, 프랙털 건축, 소셜네트워크 등의 주제를 놓고 매혹적인 대화를 나눈 ‘통섭의 현장’이다. 백원근 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각각의 주제를 가로지르는 통섭의 출판 기획력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평했다. 권영민 문학평론가는 “새로운 통합과 학제적 연관성을 통해 세계적 변화와 삶의 방향을 반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 젊은 감수성의 분투, 이젠 아름답구나

비행운
김애란·문학과지성사
비행운
김애란·문학과지성사
문단의 ‘기대주’에서 ‘대세주’로 도약한 김애란의 소설집. “문장과 서사의 완벽한 결합이다. 세대의 내면의식을 미학적으로 구축했다.”(김병호 협성대 교수) “한국소설의 현장과 그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집.”(권영민 문학평론가) “세대 간 확장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소통과 고립을 통해 자기를 만들어가려는 젊은 감수성의 분투가 아름답다.”(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평을 받았다.

■ 겨울 만해마을 호젓한 詩 내리는 밤

고요는 도망가지 말
아라 장석남·문학동네
고요는 도망가지 말 아라
장석남·문학동네
‘눈 내리는 밤/물음이 내려오는 밤/서성이는 밤’. 2년 전 겨울 머물렀던 백담사 만해마을의 풍경을 담은 시집. 겨울밤, 눈, 민들레, 담장, 돌을 관조하며 깊은 사유를 하는 ‘호젓함’이 살아 있는 시어들이 매력적이다. 김병호 협성대 교수는 “장 시인은 불가에서 말하는 건달에 가깝다”며 “삶의 행간을 수묵의 농담으로 그려내는 데 능한 시인인데, 이번 시집은 서늘한 절정에 놓여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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