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러시아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유전공학연구소 연구원 출신 소설가다. 그는 “나는 사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연구원일 때는 세포를 보며 인간의 물질을 연구했고, 소설가가 되고 나서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든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똑같은 것 같아요. 사랑 고통 이별 사별 죽음 등이죠. 독자들이 제 작품을 읽고 삶의 위안이나 해답을 얻었으면 합니다.”
올해 세계문학상으로 거듭난 제2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러시아 소설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69)가 25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토지문화재단(이사장 김영주), 박경리문학상위원회,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박경리문학상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1926∼2008)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제정됐다.
박경리문학상의 첫 해외 수상자가 된 울리츠카야는 “무엇이나 처음이 중요한데, 비행기에서나 공항, 호텔에서 만난 분들이 친절히 대해줘 한국의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며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화적인 가치인데, 문화적 수준이 높을수록 사람의 질도 좋아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입국한 그는 3시간여 만에 서울 중구 정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했지만 1시간 넘게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과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울리츠카야는 수상 소식을 듣고 난 뒤 주최 측이 보내준 박경리 선생의 ‘김약국의 딸들’의 러시아어판을 읽어 봤다고 밝혔다. “제 소설(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과도 많은 공통점을 찾았어요. 미망인이 딸을 하나 키우지만 집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는 얘기죠. 다른 시대, 다른 장소를 산다고 해도 인간이 가진 본질적은 마음은 통한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방한에 맞춰 책도 나란히 출간됐다. ‘소네치카’(김영사)는 그의 출세작인 중편 ‘소네치카’를 비롯해 장편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 단편 ‘스페이드의 여왕’을 담았다. 2001년 러시아 부커상 수상작인 장편 ‘쿠코츠키의 경우’(들녘)도 출간됐다. ‘소네치카’의 여주인공 소네치카는 남편의 외도를 용서하는 것을 넘어, 남편의 젊은 애인까지 집에 들여와 러시아 내에서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소네치카는 얼굴도 못생기고 볼품없는 여자죠. 하지만 남편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큰 행복을 얻었어요. 소네치카가 남편의 애인까지 받아들인 것은 남편에 대한 지극한 감사의 행위이자, 남편의 최대 행복을 지켜주고자 하는 행위죠.”
그는 “그렇지만 출간 이후 페미니스트들이 들고 일어났다”면서 “극히 비현실적인 얘기이기는 하다”며 웃었다.
모스크바국립대 생물학부를 졸업한 울리츠카야는 유전공학연구소를 다니다 ‘불온서적’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후 작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이 때문에 1993년 50세에 첫 소설집을 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독자들이 제 소설을 읽는 것은 굉장히 기쁜 일이죠. 각자 자기의 문화를 보존하고 그것을 소통할 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울리츠카야는 26일 오전 10시 반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 국제원격회의실에서 특별 강연을 한다.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은 27일 오후 3시 강원 원주시 백운아트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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