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 류승범 “제가 여배우 울렁증이 있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5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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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를 보면 류승범(32)은 '일벌' 같은 배우다.
2000년 형 류승환 감독의 '죽거나 나쁘거나'로 데뷔한 뒤 그는 3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쉼 없이 달려왔다.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방자전' '부당거래'…. 이 작품들을 보며 관객은 그를 좌충우돌하는 '돈키호테형 배우'로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18일 개봉하는 '용의자 X'는 그에 대한 이런 선입견을 지워버릴 만한 영화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카페에서 인터뷰가 있던 날. 류승범은 영화 속 캐릭터처럼 알이 큰 뿔테 안경에 회색 카디건을 걸친 '햄릿형'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에게 "연기 변신이 돋보였다"고 하자 "나도 (캐릭터가) 새로웠다. (방은진) 감독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고 말했다.

2005년 출간된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추리 소설 '용의자 X의 헌신'이 영화의 원작. 2008년 니시타니 히로시(西谷弘) 감독이 처음 영화화했다. 소설이 인간 군상의 내면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심리 탐구에 집중한 데 비해 방 감독은 한 남자의 헌신적 사랑에 방점을 찍은 멜로물을 빚어냈다.

천재라는 소리를 듣는 고교 수학교사 석고(류승범)는 옆집에 이사 온 화선(이요원)이 우발적으로 전 남편을 죽인 것을 알게 된다. 평소 화선을 좋아하던 석고는 뛰어난 두뇌를 활용해 화선을 위한 완벽한 알리바이를 짠다. 화선이 살인범임을 직감한 형사 민범(조진웅)은 그를 집요하게 추적한다.

석고는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여성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하는 요즘 보기 드문 남자다. 류승범도 이렇게 한 여자를 위해 목숨 거는 스타일일까. "스스로 봐도 바람둥이는 아닌 것 같아요. 사람 만나면 오래 만나는, 몇 사람과 깊이 사귀는 스타일이죠. 그런 점에서는 석고와 닮았습니다." 그는 동료 배우 공효진과 10년 가까이 만나다 얼마 전 헤어졌다고 알려졌다.

석고는 사회성이 부족한 은둔형 외톨이다. 그가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는 장소는 특이하게도 '물 속'이다. "영화에서 산소호흡기 없이 잠수해야 했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액션 찍을 때는 다치는 게 당연한 것처럼, 현장에서는 완벽해야죠." 수영을 못해 물에 대한 공포가 심한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매니저도 함께 잠수해야 했다.

이 영화는 방 감독이 2005년 '오로라 공주'이후 처음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배우 출신인 방 감독은 배우들에게 '혹독하기로' 악명이 높다. "캐릭터에 대해 디테일하게 계속 주문해요. 배우로서는 상당히 피곤한 감독이죠. 하하. 연기가 마음에 안 들면 시연까지 하니…."

그와 동갑내기인 이요원은 2010년 '된장' 이후 2년 여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제가 여배우 '울렁증'이 있어요. 근데 (이요원은) 아주 털털하더라고요. 어떤 것도 흡수하려는, 열려 있는 배우였어요. 현장 스태프와 잘 융화하는 '까탈'이 없는 배우예요."

민병선 기자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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