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도 창작인데… ‘짝퉁 아이돌’ 한류 속앓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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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한류 콘텐츠 저작권 침해는 음원이나 동영상을 불법으로 다운로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요즘엔 한류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를 통째로 베낀 ‘짝퉁’ 그룹까지 등장했다.

요즘 중국에서는 ‘오케이뱅’이라는 남성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그룹은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아이돌 그룹인 ‘빅뱅’의 짝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빅뱅처럼 멤버가 5명인 데다 멤버의 성격, 총천연색 헤어스타일, 의상 콘셉트까지 판박이처럼 모방한다.

중국 9인조 걸그룹 ‘아이돌걸스’는 ‘소녀시대’와 멤버 수, 옷차림이 똑같다. 해군 제복처럼 흰 재킷에 짧은 반바지를 입고 흰 모자를 쓴다. 소녀시대가 ‘소원을 말해봐’를 부를 때 입고 나와 돌풍을 일으킨 의상이다. 또 다른 아이돌 그룹 ‘결승단’은 무대 의상과 화보, 소품 하나하나까지 한국 아이돌 ‘B1A4’를 그대로 따라했다.

태국에도 짝퉁 그룹이 등장했다. 태국의 걸그룹 ‘캔디마피아’는 걸그룹 ‘2NE1’의 컬러풀한 헤어스타일과 의상을 흉내 냈다. 이들의 히트곡인 ‘마피아’의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세트장과 소품, 의상, 분위기도 2NE1의 ‘파이어’ 뮤직비디오와 유사하다. 캄보디아의 아이돌 그룹 ‘링딩동’ 역시 한류 아이돌 그룹 ‘샤이니’를 모방했다. ‘링딩동’이란 그룹 이름도 샤이니의 히트곡 제목에서 따왔다.

한류 가수들을 배출한 국내 기획사들도 이 같은 해외 짝퉁 그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짝퉁 그룹이 막 데뷔했을 때는 “케이팝 그룹이 인기가 있어서 생긴 일이다” “케이팝 그룹의 홍보에 도움이 된다”며 웃어 넘겼지만 이제는 경제적인 피해를 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빅뱅과 2NE1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팬들이 따라 하는 것은 홍보가 되지만 아예 우리 기획사 아이돌 그룹을 통째로 베껴 음반을 내고 상업 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는 해외에서 케이팝 그룹의 이미지를 그대로 베낀 짝퉁 그룹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해외에서 법적 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나아가 짝퉁 그룹의 활동으로 케이팝 콘텐츠의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진룡 가톨릭대 한류대학원장은 “한류 짝퉁 가수의 난립은 우리가 만들어낸 오리지널 한류의 빛을 바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짝퉁 그룹이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석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2차적 저작물이란 원 저작물을 변형해 만든 새로운 저작물을 말한다. 원 저작자의 동의 없이 2차적 저작물을 만들면 원 저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정은영 문화체육관광부 문화통상팀장은 “우선 중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관련 규범과 체계의 개선을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 위부터 ① 빅뱅 ② 2NE1 ③ 소녀시대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짝퉁 아이돌#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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