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우리 몸과 운동 이야기]운동에 맛들린 사람들 ‘운동 중독증’의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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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해치고 사교-일상생활 파괴

운동중독, 이것이 의외로 상당히 위험하다. 지나치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고, 심할 경우 몸은 물론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든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운동중독, 이것이 의외로 상당히 위험하다. 지나치면 안하는 것만 못하다고, 심할 경우 몸은 물론 마음까지 황폐하게 만든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중독의 종류는 다양하다. 사람은 약물에 중독되는 것은 물론이고 술이나 담배에도 중독되고 도박 쇼핑 게임, 심지어 일에도 중독된다. 그런데 최근 들어 확산되는 중독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운동중독이다.

규칙적인 운동과 신체활동은 사람을 건강하게 하고 질병으로부터 지켜준다. 이런 측면에서 운동은 우리 사회가 권장하는 중요한 육체적 행위다. 그러나 운동이 항상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 결과만 선사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물리적 부상과 상해이며 더 심각한 것으로 운동중독이 있다. 운동중독은 신체는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 운동을 좋아하는 나는?

먼저 운동중독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단순히 운동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은 모두 운동중독자일까? 그러면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은 운동중독자인가?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운동하는 일반인도 운동중독자인가?

일단 학계에서 운동중독이라고 규정하는 기준을 보자. 대략 다음과 같은 일곱 증상 중에 세 가지 이상이 공존하는 경우 운동중독으로 진단할 수 있다.

①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을 느끼기 위해 운동량을 늘리는 경우 또는 현재의 운동량으로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 같이 느끼는 경우.

②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 불안해하고 잠을 못 자거나 과민해지는 경우.

③운동량이 종종 계획보다 많아지거나 예정보다 오래 운동하는 경우.

④운동이나 육체적 훈련에 대한 자기 조절력을 상실하는 경우.

⑤운동 전 준비시간이나 운동 후 정리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과다하게 긴 경우.

⑥운동 때문에 사회적 직업적 활동 또는 여가활동을 포기하는 경우.

⑦운동으로 인해 신체적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지속하는 경우.

언뜻 보면 운동중독도 다른 중독과 비슷하다. 그래서 운동중독도 다른 중독과 비슷한 증상을 동반한다. 예를 들어 운동중독이 되면 헬스장에 더 자주 운동을 하러 가고 더 많은 시간을 운동에 투자한다. 운동중독인 사람들은 흡연 등 다른 중독성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으며 운동중독자의 충동구매 수준 역시 높은 편이다. 침울증(건강염려증)의 발병률도 높다. 운동중독과 가장 자주 동반되는 질환은 섭식장애로 폭식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섭식장애자의 약 3분의 1 이상은 운동중독에 빠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을 모두 운동중독자로 볼 수는 없다. 운동을 많이 하더라도 다른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일정을 관리하면 이는 건강한 운동행위로 보아야 한다.

운동중독 증상은 특히 마라톤 선수나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보디빌딩 역시 운동의존성이 높게 나타나는 종목. 이들은 많은 운동시간을 필요로 하거나 자신의 몸에 대한 과다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종목이란 공통점이 있다. 특히 보디빌더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만족이 커 운동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운동의존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몸과 건강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편이다.

○ 여가를 넘어 삶 자체가 된다면…

운동중독에 이르는 데도 단계가 있다. 첫 단계는 모든 사람이 운동에 참여하는 이유와 마찬가지로 단순하다. 즉, 여가와 더 만족스러운 생활을 위해 운동을 시작하는 단계가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운동을 통해 기분전환이 이루어지는 단계다. 운동에 익숙해지면 그것에서 얻는 보상이 점차 커지고 다양해지는 한편 운동의 결과가 기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운동이 근심과 걱정을 해소해주는데 이러면 대부분의 사람이 더욱 운동에 몰두한다.

사실 여기까지는 운동을 하는 사람 대부분이 겪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운동으로 기분이 바뀌는 건 뇌가 분비하는 물질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운동은 체온을 상승시켜 신체적 긴장을 늦춰주고 카테콜아민을 분비해 스트레스와 연관된 심혈관 반응과 내분비계의 반응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뇌에서 ‘몸이 만드는 마약’으로 불리는 엔도르핀을 분비하게 해 운동하는 사람이 계획하지 않은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규칙적이고 강한 유산소운동을 오랜 기간 하면 우리의 뇌는 천천히 엔도르핀의 생산량을 줄인다. 이때 우리는 이전과 같은 기분의 좋아짐을 더는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이전 운동량이나 시간에 비해 더 강하고 길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운동중독으로의 연결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상자기사 참조).

세 번째는 여가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 더는 여가가 아닌 일상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 단계다. 이때는 자신의 하루 일정을 운동스케줄을 중심으로 짜게 된다. 그리고 더욱더 견고하게 운동 중심의 생활을 전개한다.

마지막 단계는 실제 운동중독에 이르는 단계다. 이 경우 모든 생활에서 운동이 중심이 된다. 운동이 더는 여가가 아니며 모든 사고의 중심이다. 이때부터는 운동이 삶 그 자체가 된다는 애기다.

○ 나만의 건강한 운동습관 찾아야

운동중독을 피하거나 치료하기 위해선 무작정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운동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도하는 좋은 도구이기에 운동을 금지하기보다는 건강한 운동습관을 찾는 게 더욱 중요하다.

일단 종목을 다양하게 해 하나의 종목과 유형에 몰두하지 않는 게 좋다. 그 다음으론 조절된 상황에서 적정 수준의 운동량을 유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중독으로 향하는 단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고 여가활용의 수준에서만 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주위를 살펴보자. 동료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에 빠져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이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자. 우리 사회에 건전한 운동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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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 중독자 뇌 반응, 약물 중독된 사람과 비슷

엔도르핀과 더불어 도파민도 운동에 의존하는 성향을 만드는 데 한몫한다. 도파민은 사람이 중독성 약물을 섭취했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 가운데 하나로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래서 중독성 약물을 경험한 사람들은 거액을 주고서라도 그 약을 계속 사들여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도파민은 약뿐 아니라 육체적 운동에 의해서도 뇌에서 만들어지고 방출된다. 이것이 바로 운동의존성과 중독이 생기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약물에 의존하거나 중독이 된 사람들을 회복시키는 데 운동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제안이 그것. 약에 중독된 뇌가 요구하는 즐거움을 운동이 대신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 논리가 가능한 이유 역시 약물중독에 의한 뇌의 반응과 운동에 의한 뇌의 반응이 유사하다는 데 있다. 게다가 운동은 뇌를 기쁘게 해주는 기능 외에도 심혈관계와 근골격계까지 건강하게 만들어 주므로 약물중독자를 구제하는 데 제격이다. 걷기와 달리기만으로도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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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택 국민대 교수(체육학) dtlee@kookmin.ac.kr
#운동 중독증#증상#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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