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수 ”서울만 고집, 지방 무시하는 연주자 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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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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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스콘서트 10주년… 7월 전국순회 공연 여는 박창수 씨

10년간 하우스콘서트(하콘)를 꾸려온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는 “하콘을 처음 시작하기까지 20년을 생각했다. 지방 100회 콘서트도 5년 전부터 준비했다. 똑같이 하는 건 게으른
거다. 새로운 전환점을 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우스콘서트 제공
10년간 하우스콘서트(하콘)를 꾸려온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는 “하콘을 처음 시작하기까지 20년을 생각했다. 지방 100회 콘서트도 5년 전부터 준비했다. 똑같이 하는 건 게으른 거다. 새로운 전환점을 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우스콘서트 제공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까칠하다들 한다. ‘버럭질’도 잘한다. 뒤끝도 제법 있다. 그런 그가 고집스레 꾸려온 하우스콘서트(하콘)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2002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시작해 2009년 말 강남구 도곡동의 35평짜리 레코딩 스튜디오 율하우스로 옮겨가며 지금까지 315회의 공연을 열어 1300명이 넘는 연주자를 하콘의 작은 무대로 불러냈다. 그러는 동안 하콘의 티켓을 구하려고 통화 중인 전화를 수십 차례씩 다시 거는 이들, ‘홀쭉한’ 출연료에도 푸짐한 마음으로 하콘 무대에 서는 연주자들이 생겨났다.

10년째 하콘을 이끌어온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박창수 씨(48)는 이제 더 넓은 세상을 본다. 7월 9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21개 도시, 23개 공연장에서 100번의 콘서트를 연다. 대부분의 음악회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스타급 연주자들이 출연하는 단발성 대형 공연이 주를 이루는 현실이 그는 못마땅하다. 그가 하콘을 진행하면서 체험한, 음악계의 닫힌 행태로 시작해 2시간이 넘도록 풀어놓은 쓴소리를 전한다.

이번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60개 팀을 섭외했는데 5개 팀이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나 예술의전당 금호아트홀 같은 공연장에서 연주한 사람이다. 그런데 왜 지방 가서 공연하라고 하느냐.’ ‘바이올린 첼로 들고 어떻게 지방까지 가느냐.’ 지방에는 관객이 없어서 안 한답니다. 지방 관객과 공연장은 연주자를 갈망합니다. 해외 도시 순회공연 한다고 하면 ‘우아’ 하면서 국내 지방 순회연주를 한다면 ‘그래?’ 하고 무시합니다. 이런 정신 상태인 사람은 초청 안 합니다.

서울에서 공연하면 관객이 모이죠. 하지만 진정한 관객일까요. 몇몇 연주자의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기 돈으로 표를 사서 나눠준 제자, 친구, 가족과 친척이 객석에 있는 겁니다. 자신이 동원한 관객들의 박수에 행복해하는 건 자기최면에 불과합니다.

전국에 문화예술회관이 150개 있습니다. 800석 이상 규모의 일반 공연장까지 포함하면 400개예요. 이런데도 연주자들은 서울만 고집합니다. 그러면서 무대가 없다고 투덜대기만 합니다. 음악가부터 정신 차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년에는 뜻있는 연주자들을 더 많이 모아 전국에서 5000회 공연을 할 겁니다. 서울과 지방을 구별하지 말자는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것이지요.

하콘의 성공비결? 일관성입니다. 처음 세운 원칙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초창기에 연주자들이 큰 공연장에서 연주하기 전에 하콘에서 사전연습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관객이 20명이든 30명이든 그들만을 위한 레퍼토리를 꾸며오라고 했습니다.

저명한 음악가보다는 덜 알려졌어도 진지하고 목적의식이 뚜렷한 연주자를 세웠습니다. 피아니트스 김태형 김선욱도 무명일 때 출연했지요. 기량이 떨어지는 연주자를 이름났다고 비싼 값에 불러오면 기획자가 아니라 장사꾼이죠. 숨겨진 보석을 몰라보는 게 한심하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하콘을 쉽게 보고 대충 연주하는 사람, 하콘이 덜 알려졌을 때는 섭외를 거절했다가 유명해지니까 무대에 서겠다는 사람, 안 받습니다.

이렇게 하니 스폰서도 안 생기고 관객 맞는 일부터 뒷정리까지 직접 해야 하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나같이 하면 돈은 못 법니다. 하지만 자부심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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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15일 열리는 ‘2012 프리, 뮤직 페스티벌‘에는 김태형(피아노), 강은일(해금), 강산에(가수), 드니 성호 얀센스(기타), 고상지(반도네온), 강태환(색소폰), 유진규(마임) 등
58개팀 158명이 참가한다. 극장에 따라 무료∼1만 원. 010-2223-7061,
www.freepiano.net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음악#공연#하우스 콘서트#하콘 100회#박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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