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격파와 수첩 사이…문재인에겐 있고 박근혜엔 없었던 3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8일 03시 00분


본보 여론조사 박근혜-문재인 격차 한달새 16%P→8%P로 줄어… 방송가 “예능프로 출연 효과, 이 3가지가 달랐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밤 SBS TV의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진행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위). 9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특전사 시절 활약상을 얘기하다 진행자들의 요청으로 벽돌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밤 SBS TV의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진행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위). 9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특전사 시절 활약상을 얘기하다 진행자들의 요청으로 벽돌 격파 시범을 보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의 지지율 격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치인의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효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올해 1월 2일 박 위원장이, 9일에 문 이사장이 각각 SBS TV의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박 위원장은 2005년 10월 이후 6년여 만에, 문 이사장은 생애 첫 예능프로그램 출연이었다.

시청률은 박 위원장이 전국 기준 12.2%, 수도권 기준 14.1%(AGB닐슨미디어리서치), 문 이사장이 각각 10.5%, 12.0%를 기록했다. 시청률만 놓고 보면 박 위원장이 문 이사장 보다 각각 1.7%포인트, 2.1%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24일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R&R)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양자 대결 시 박 위원장의 지지율은 46.7%로 떨어지고 문 이사장은 38.4%로 상승해 두 사람의 격차는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지난해 12월 26, 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박 위원장이 50.3%로 문 이사장을 16.0%포인트 앞섰다.

이러한 변화에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의한 컨벤션 효과,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및 지지부진한 쇄신 등 다른 정치적 요인도 있지만 문 이사장이 예능효과를 더 누렸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전히 정치를 할지조차 불투명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유력 대권 후보로 급부상한 계기가 2009년 6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출연이었던 것처럼 처음으로 선거에 나선 문 이사장이 힐링캠프를 통해 대중정치인의 이미지를 굳혔다는 것이다.

이상훈 채널A 예능교양본부장 겸 예능제작팀장은 “문 이사장의 힐링캠프를 보면서 ‘저거 나가면 지지율 오르겠다’는 확신을 했다”고 말했다. 자기의 모습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주는 것이 ‘대세’인 요즘 예능프로그램의 추세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설명이다. 특전사 출신의 문 이사장은 격파 시범을 하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손가락이 부러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애를 썼다. 또 ‘장인이 어떻게 결혼을 허락했느냐’는 질문에 “갈 데까지 갔는데요 뭐…”라고 태연하게 얘기해 함께 출연했던 부인도 당황할 정도였다. 한 20년차 방송작가는 “문 이사장의 아슬아슬하지만 진솔한 화법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도 부모님 얘기 등 과거사를 털어놓으며 감성을 자극했다. 춤 따라하기 흉내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몸을 사리는 듯한 느낌도 줬다. ‘수첩공주’라는 별명이 화제에 오르자 박 위원장은 “나는 수첩이 없으면 안 된다”며 수첩을 꺼냈다. 그러자 MC 김제동 씨가 “우리가 읽을 만한 것은 없느냐”며 ‘보여 달라’는 뜻을 비쳤지만 박 위원장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 본부장은 “박 위원장은 ‘다 보여준다’고 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으려는 게 있더라”고 평가했다.

스피드 퀴즈 코너에서 박 위원장은 아이돌 스타 이름, 신조어 등 더 많은 문제를 맞혔지만 준비한 것 같은 느낌을 준 반면 문 이사장은 박 위원장에 비해 제대로 답을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그 나이의 아저씨들이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문 이사장이 유리했다는 평가다. 외주제작사인 더 와이앤비 김문배 대표는 “박 위원장이야 워낙 많이 노출됐지만 문 이사장에 대한 정보는 알려진 게 별로 없는 상태에서 ‘평범하다’ ‘동네 아저씨 같다’는 친근감을 주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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