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주원규 씨 일곱번째 장편 ‘반인간선언…’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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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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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파괴해 정신 번쩍 들게 하려고 잔혹극 펼쳐”

“솔직히 말씀드리면 쓰는 데 딱 나흘 걸렸어요. 제가 집중력이 짧아 나중에 가면 수습이 잘 안돼서….”

200자 원고지 840장 분량을 나흘 만에 썼다니. 소설가 주원규(37·사진)가 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기자와 만나 털어놓은 사연은 이렇다.

지난해 10월 중순 집필을 위해 서울 홍익대 앞 24시간 운영하는 카페를 찾았다. 대강의 시놉시스는 마련해 둔 상황. 글이 술술 풀렸다. 문장에 탄력이 붙었다. 흐름을 깨기 싫었다. 끼니는 커피와 빵으로 때우고 잠은 아예 자지 않았다. 월요일 아침부터 목요일 오전 3시까지 미친 듯이 써내려갔다. “처음 이틀은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이 되니 카타르시스가 몰려왔죠.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더라고요. 하하.”

그렇게 쓴 작품이 ‘반인간선언-증오하는 인간’(자음과모음)이다. ‘반인간’에 ‘증오하는 인간’이라. “사람들은 공동체와 선(善)을 말하지만 결국 이런 것들은 왜곡되고, 무력화되고, 짓밟히죠. 지금의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사회적 문학적으로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 광화문에서 잘린 손이 발견되고, 도려낸 귀와 입이 현직 국회의원에게 소포로 배달되자 강력계 형사 민서는 연쇄살인사건이라는 감을 잡고 수사에 나선다. 희생자들은 하나같이 한 굴지의 대기업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다. 희생자의 아내이자 초선 국회의원인 서희는 그 대기업이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강력한 의문을 갖게 된다.

소설은 강력한 흡입력으로 다가온다. 정유정의 ‘7년의 밤’에 비해 서사의 크기는 부족하지만 긴박한 속도감은 그에 필적한다. 시신이 7개로 토막난 채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발견되고, 퍼즐처럼 사건이 재구성되는 대목에선 눈을 떼기 힘들다. “우리의 몸을 파괴함으로써 우리가 갖고 있는 정신의 마비상태를 환기시키고 싶었다”는 게 잔혹극을 펼친 이유다.

2009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작가는 벌써 일곱 번째 장편을 내게 됐다. 첫 스릴러 추리물이기도 하다. “더 많은 독자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스릴러를 택했는데 쓰면서도 재미있었어요. ‘…하는 인간’이란 제목으로 두 권을 더 낼 생각이에요.”

작가는 총회신학연구원을 나온 현직 목사이기도 하다. 서울 신촌에서 10여 명과 함께 신학 강론을 하는 ‘대안 교회’ 활동을 3년째 펼치고 있다. 사회비판적이고 때론 권력화된 종교 문제도 건드리는 그의 소설에 대해 교단의 반응은 어떨까.

“제가 감리교 쪽인데 교단회의를 가면 항상 제 소설이 안건에 올라와 있어요. 욕 많이 먹고 있습니다. 하하.”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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