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표기 BC/AD는 기독교중심적”… 英 BBC, BCE/CE 사용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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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E/CE‘기원전/후’ 대안용어 채택에 영국내 기독교인들 큰 반발

영국 공영방송 BBC가 연대를 기원전(BC)과 기원후(AD)로 표기하는 관행을 깨고 ‘BCE’와 ‘CE’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들이 25일 보도했다. BBC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기존 용어인 ‘BC’ ‘AD’가 기독교적 시각에 따른 것으로 비(非)기독교인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BBC는 최근 자사 홈페이지의 ‘종교’ 섹션에서 “BC, AD의 중립적 대안으로 BCE, CE를 쓰기로 했다”며 “공평함을 중시하는 BBC로서는 비기독교인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BC는 ‘예수 탄생 이전(Before Christ)’, 라틴어인 AD는 ‘주님의 해(Anno Domini)’의 줄임말이다.

이에 반해 BCE는 ‘공동 연대 이전(Before Common Era)’, CE는 ‘공동 연대’라는 의미를 각각 담고 있다. 다만 기원 전후의 기준이 되는 시점은 ‘예수의 탄생’으로 ‘BC, AD’와 같다.

BBC는 인기 퀴즈쇼인 ‘유니버시티 챌린지’, 라디오4의 ‘인 아워 타임’ 등 일부 프로그램부터 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또 자사가 운영하는 청소년 대상의 온라인 학습 사이트에도 일부 콘텐츠에 BCE, CE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BBC는 BCE, CE 사용을 강제하지는 않고 BC, AD와 병행해 사용할 방침이다. BBC는 “별도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지는 않았으며 두 체제 모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만큼 어떤 용어를 쓸지는 각 방송 제작진의 판단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BBC의 이 같은 움직임은 당장 영국 내 기독교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성공회교 피터 멀린 목사는 “BBC가 정치적 균형을 이유로 아무런 의미 없는 용어를 내세우고 있으며 더 나아가 기독교정신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BCE, CE’는 이미 역사적으로 유대인 등 비기독교인들이 자주 써 왔으며 최근 미국 교과서에서도 빈도가 높아지는 등 사용이 확산되는 추세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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