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193>不仁不智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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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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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擇不處仁(택불처인)이면 焉得知(언득지)리오’라고 했다. ‘자처할 바를 고르면서 仁에 처하지 않으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라는 뜻이다. 맹자는 이 말을 부연하여, 仁을 人之安宅(인지안택), 즉 ‘사람이 거처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집’이라 정의하고, 막는 이가 없는데도 어질지 못한 것은 지혜롭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인간이라면 항시 仁을 행동준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어서 맹자는 막는 이가 없는데도 어질지 못하여 지혜롭지가 못하고, 지혜롭지가 못하기에 남과의 관계에서 禮를 지키지 못하고 매사에서 義를 따르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되면, 이것은 인간으로서의 도덕적 자율성을 포기하고 남에게 부림을 당하는 존재가 되었음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不仁不智는 앞서 나온 ‘仁을 하지 말라고 막는 이가 없는데도 어질지 못하니 이것은 지혜롭지 못하다’를 줄여서 말한 것이다. 無禮는 예가 없음, 즉 예를 모름이다. 無義는 올바른 도리인 義를 따르지 않음이다. 人役은 남의 위에 서지 못하고 남이 부리는 대로 일을 해야 할 만큼 신분이 낮은 사람을 뜻한다. 앞서 仁을 天之尊爵(천지존작·하늘이 내려준 높은 작위)이라 정의했으므로 그 작위가 없는 사람을 남의 부림을 받는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맹자가 보기에 仁을 하지 말라고 막는 이가 없는데도 어질지 못한 사람은 참으로 한심한 존재이다. 그런데 仁이 좋은 것을 알아서 겉으로만 어진 척한다면 그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공자는 ‘논어’ ‘顔淵(안연)’편에서 ‘色取仁而行違(색취인이행위·안색을 꾸며 어질다는 평판을 얻지만 행실은 어긋나 있음)’를 경계하여 이렇게 말했다. ‘무릇 명성이 난다는 것은 겉으로 안색을 꾸며 어질다는 평판을 얻지만 행실은 어긋나 있는 것으로, 그러한 상태에 안주하여 스스로 의심하지 않기에, 나라에서도 반드시 명성이 나고 집안에서도 반드시 명성이 난다.’ 어진 척해서 나라에서 명성이 나고 집안에서도 명성이 난다고 해도 하늘의 작위를 진정으로 받은 것은 아니니 그런 사람은 內心(내심)에 부끄럽지 않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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