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좌충우돌 형사팀장역, 확실히 망가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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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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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체포왕’ 주연 이선균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를 벗고 ‘찌질한’ 형사 캐릭터에 도전한 이선균.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를 벗고 ‘찌질한’ 형사 캐릭터에 도전한 이선균.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경찰대학을 졸업했다는 형사팀장은 부임 첫날 바닥에 널브러진 자장면 그릇을 발로 차며 경찰서에 들어선다. 모자란 듯한 행동에 ‘찌질’한 트레이닝복 차림. 이어 속도위반으로 임신한 약혼녀와 예비 장인이 경찰서에 들이닥쳐 신혼집 전세금을 마련하라고 난리다. 궁지에 몰린 형사팀장은 ‘체포왕’이 되면 전세금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에 눈이 동그래진다.

편안하게 안기고 싶은 남자 이선균이 영화 ‘체포왕’에서 맡은 캐릭터는 우당탕탕 한바탕 구르고 앞뒤 안 가리는 좌충우돌 형사팀장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팀장인 그는 마포서 팀장 박중훈과 치열한 실적 경쟁을 벌이며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4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통인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선균은 “내가 생각해도 이번엔 많이 망가졌다”며 웃었다. 그를 떠올리면 소년 같은 이미지가 따라온다. 갸름한 얼굴선에 앳돼 보이는 외모는 지금까지 그를 유약하다는 선입견에 가뒀다. ‘파주’ ‘쩨쩨한 로맨스’ 등 영화에서도 주로 여성 취향의 ‘로맨틱 가이’ 역을 맡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운동 잘하는 ‘나이스 가이’ 스타일이란다.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다닐 때 체육대회만 열리면 주변에서 저를 찾았어요. 연기보다 농구를 더 잘한다고요.”

이선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울림이 큰 목소리다. 안정적이고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는 많은 여성이 좋아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콤플렉스다. “이런 목소리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요. 믿음이 가고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답답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죠. 악역이나 캐릭터가 센 배역을 맡는 데도 방해가 돼요.”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히 망가지기로 했다. 임찬익 감독에게는 좀 더 ‘찌질한’ 캐릭터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한정된 이미지로는 배우로서 오래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올해 나이 서른여섯. 얼마 뒤면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배우인 부인 전혜진이 둘째를 가졌다.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연기 잘하는 아빠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멀티 배우가 돼야겠죠. 의외로 비열한 악역이 잘 어울린다고도 해요.”

그와 박중훈이 범인을 쫓는 ‘아현동 추격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서울 아현동에서 찍은 이 장면에서 그는 좁은 주택가 골목의 벽과 벽 사이에 끼여 옴짝달싹 못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웃음을 준다. 7, 8분밖에 되지 않는 이 장면을 위해 8일간 수도 없이 달렸다. 겨울에 영화를 찍어 오후 4시가 넘으면 어두워서 촬영을 할 수 없었다. “영화의 드라마적 재미는 별로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장면은 공을 많이 들였어요. 어찌나 뛰어다녔는지 발이 마비될 지경이었죠.”

전작 ‘쩨쩨한 로맨스’가 210만 관객을 기록해 흥행 파워를 입증한 이선균은 “이번 영화는 그때보다 ‘쬐금’ 더 관객이 들었으면 한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다음 작품으로는 변영주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물인 ‘화차’(가제)에 출연할 예정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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