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동방신기-카라의 일본내 존재감을 아세요?”

한류음악 日에 퍼뜨린 후루야 마사유키
10년간 케이팝 방송 DJ로 독보적 활약

일본의 라디오 DJ 겸 대중음악평론가 후루야 마사유키 씨. 지난 10년간 300회가 넘게 한류스타들의 일본 무대 사회자로 활약해온 한류의 숨은 공로자이다.

“최근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서 1만 명이 참석한 ‘비스트’ 쇼케이스를 진행하고 왔어요. ‘2PM’의 쇼케이스 진행도 추진 중이고요. 한국 아이돌 인기가 정말 대단해요.”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36) 씨는 일본 방송계에서는 신한류 전문가로, 한국 연예계에서는 케이팝 붐의 숨은 공로자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지난 10년간 일본에서 독보적인 케이팝 방송 DJ로 활약해온 한류 전파의 1등 공신이며, 지금도 일본에서 4개의 라디오 방송과 5개의 TV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며 한국의 대중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2000년 김건모와 자우림을 시작으로 2003년 배용준을 거쳐 올해 ‘카라’에 이르기까지 한류 연예인들의 쇼케이스와 팬미팅 MC로 나선 것이 300여 회. 최근에는 서울시와 함께 관광책자인 ‘마니악 서울’을 일본어로 출간했다. 한국을 오가면서 활동하는 동안 그의 여권에는 출입국 도장이 300번 넘게 찍혔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라디오 DJ가 꿈이었던 그는 캐나다 유학 시절 우연히 ‘토이(Toy)’의 2집을 접한 것을 계기로 한국 대중가요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이문세 신승훈 서태지 같은 가수들에 빠져 고려대 어학연수생 신분으로 아예 서울로 건너왔다.

“1999년 일본 방송에서 한국 대중가요를 소개하려 했지만 방송관계자는 물론이고 한국 기업들도 스폰서를 거절하더군요. 자기들은 글로벌 기업이지 한국 기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요. ‘한국’ 이미지에 기대어 덕 볼 게 없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우연히 한국관광공사의 후원을 받게 돼 홋카이도 지역에서 ‘Beats of Korea’란 한류 소개 프로그램을 일본 최초로 만들었어요.”

그가 불씨를 지핀 일본의 한국 대중가요 사랑은 2002년 보아와 2005년 ‘동방신기’가 나타나면서 더욱 넓고 깊게 번질 수 있었다.

“오늘날 일본에서의 케이팝 붐의 상당 부분은 동방신기의 활약 덕분입니다.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일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케이팝의 심리적 장벽을 깼거든요. 동방신기가 활동을 중지하자 그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케이팝 걸그룹 열풍이 불었다고 봐요.”

일본 시장에서 ‘소녀시대’와 ‘카라’의 열풍에 대해 그는 ‘카라’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게 전망했다. 일본 아이돌과 더 비슷하기 때문이란다. 특히 한국어 앨범으로 출시된 ‘카라’의 베스트 앨범이 오리콘 데일리 차트 2위에 오른 사실을 강조했다.

“카라의 한국어 앨범이 성공하자 일본 음악 관계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한국 아이돌들이 어색한 일본어로 노래 부르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거든요. 최근에는 번안곡보다 한국어 원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일본 내 케이팝 붐에 대해 그는 “예상치 못했고 조금 어리둥절하기도 하다”고 고백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 노래를 따라하던 수준의 케이팝이 아시아를 정벌한 뒤 일본 10대의 감수성까지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겨우 한국 아이돌 열풍”이라며 좀 더 음악성 높은 한국 발라드 가수들이 일본에 소개돼야 한다는 지론을 폈다. 그는 지금도 한국 가요계의 숨은 진주를 발굴하기 위해 부지런히 한국을 오가며 산다. 1년 전엔 한국 가수 허민 씨(29)와 결혼했다.

“침체한 제이팝은 당분간 케이팝에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한국과 일본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음악시장을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제 꿈이기도 하고요.”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