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015>權然後에 知輕重하고 度然後에 知長短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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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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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宣王(선왕)은 흔鐘(흔종·종에 피를 바름)에 끌려가는 소를 살려주어 愛物(애물)을 행했으나 백성을 어질게 대하지는 못했다. 곧, 은혜가 禽獸(금수)에는 미쳤으나 功效(공효)가 백성에게는 이르지 않았으니 이는 인간 이외의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무겁고도 길지만 백성을 어질게 대하는 마음은 가볍고도 짧아서 推恩(추은)의 당연한 순서를 잃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제선왕은 자신이 추은의 순서를 잃은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맹자는 위와 같이 제선왕에게 스스로의 마음을 헤아려 보라고 권한 것이다.

權은 秤錘(칭추) 즉 저울추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저울질한다는 뜻의 동사로 품사가 바뀌었다. 度然後의 度(도)도 본래 丈尺(장척)을 가리키지만, 여기서는 길이를 잰다는 뜻의 동사로 품사가 바뀌었다. 心爲甚은 마음이 물건의 경우보다 더 심하다는 말이니 마음의 경중과 장단을 재기 위해 權度를 필요로 함은 물건의 경중과 장단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 권도를 필요로 하는 일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뜻이다. 주자는, 물건의 경중과 장단은 사람들마다 모두 가지런히 하기 어려우므로 저울과 자로 재어본 뒤 가지런히 해야 하는데, 마음의 경우는 물건보다도 더 경중과 장단을 가지런히 하기 어려우므로 반드시 本然(본연)의 權度를 가지고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고 풀이했다. 王請度之의 請은 청유의 뜻을 드러낸다. 度(탁)은 헤아린다는 뜻의 동사이다.

‘논어’나 마찬가지로 ‘맹자’도 우리에게 자기 마음을 돌아보라고 가르친다. ‘양혜왕·상’ 제7장의 이 단락에서도 그 가르침을 들을 수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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