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정신병자 지젤’, 원작 뛰쳐나오다…마츠 에크 모던발레 한국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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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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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의 지젤’이 온다. 프랑스 리옹국립오페라발레단이 대구 대구문화예술회관(22, 23일)과 경기 성남아트센터(29, 30일)에서 공연하는 마츠 에크 안무의 ‘지젤’이다. 1982년 초연 당시 고전 발레의 비틀기와 재창조로 유명한 안무가 에크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 순진한 시골 처녀 대신 백치 소녀

음악과 대강의 줄거리는 고전 발레 ‘지젤’과 같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면면은 원작을 교묘하게 비틀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배경도 독일의 시골 마을이 아니라 욕망이 꿈틀대는 열대 화산섬으로 바꿨다. 고전 발레 ‘지젤’에서 순진하고 아름다운 시골 처녀로 등장했던 지젤은 마을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사는 모자란 처녀로 탈바꿈한다. 약혼자 힐라리온은 지젤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저 지젤을 밧줄에 묶어 통제하려 들 뿐이다. 알브레히트와 그의 친구들은 쾌락을 즐기는 젊은 도시 귀족으로 등장한다.

○ 숲 대신 정신병동

마츠 에크가 안무한 ‘지젤’ 2막. 잘린 귀와 손가락이 나뒹구는 배경 앞에서 환자복을 입은 지젤이 춤추고 있다.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마츠 에크가 안무한 ‘지젤’ 2막. 잘린 귀와 손가락이 나뒹구는 배경 앞에서 환자복을 입은 지젤이 춤추고 있다. 사진 제공 성남아트센터
고전 발레에서는 알브레히트에게 배신당한 지젤이 미쳐 춤추다 목숨을 잃는다. 에크가 안무한 ‘지젤’ 2막에서 지젤은 미친 채 정신병동에 수용된다. 원작에서 흰색 베일을 쓴 숲의 정령 ‘윌리’는 흰색 환자복을 입고 병동 침대의 흰색 시트에 몸을 숨긴 정신병동 환자들로 대체된다.

○ 영원한 사랑 대신 용서와 자아 찾기


고전 발레 ‘지젤’은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끝까지 윌리의 저주에서 지켜내고, 마침내 아침 종소리가 울려 알브레히트가 구원받는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지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중심인 셈이다. 에크의 ‘지젤’은 지젤의 사랑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알브레히트의 자아찾기와 힐라리온의 용서를 더해 결말을 새롭게 꾸몄다. 정신병동에서 광기의 밤을 보낸 알브레히트는 알몸이 된 채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질투의 화신으로 거칠고 공격적이었던 힐라리온은 알브레히트에게 덮을 것을 가져다준다. 4만∼13만 원. 031-783-8000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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