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98>曰德이 何如면 則可以王矣리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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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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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왕·상’ 제7장인 ‘保民而王’장의 계속으로 맹자와 제나라 宣王(선왕)의 문답이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선왕은 자기 나라가 천하를 制覇(제패)하게 되길 기대하여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이나 진나라 문공의 사적에 대해 듣고자 했다. 하지만 맹자는 覇道(패도)를 행한 군주의 이야기는 들은 바가 없다고 잘라 말하고 국정에 대해 조언을 꼭 해야 한다면 王道(왕도)에 대해 말하겠노라고 했다. 그러자 제선왕은 호기심을 갖고 왕도를 실행하는 방안을 물었으며 맹자는 “백성을 보호하고 왕 노릇 하면 이것을 막을 자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간명하게 대답했다.

可以는 가능의 뜻을 지닌 보조동사구라 할 수 있다. 保는 愛護(애호)함이다. 莫之能禦의 之는 保民하여 왕 노릇 하려는 군주를 가리킨다. 짧은 부정문에서 목적어가 지시사라서 그 지시사가 동사나 보조동사보다 앞으로 나왔다. 맹자는 양양왕과의 대화에서도 ‘不嗜殺人者(불기살인자)’에게 천하 백성이 歸依(귀의)하므로 ‘孰能禦之(숙능어지)리오’ ‘誰能禦之(수능어지)리오’라는 반문어법을 사용해서 강한 긍정의 뜻을 드러냈다. 여기서는 절대 부정의 구문을 이용해서 왕도 정치를 행하려는 군주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양혜왕·상’의 제3장에서 맹자는 ‘黎民(여민)이 不飢不寒(불기불한)이요 然而不王者未之有也(연이불왕자미지유야)니이다’라고 했다. ‘백성을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게 하고서도 왕 노릇 하지 못할 자는 있지 않다’고 했으니 保民은 곧 백성을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게 하는 일을 가리킨다. 물질조건을 충족시켜 民生(민생)을 안정시키는 일이야말로 정치의 시작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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