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보(10000 LIVES)’라는 주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10000개에 육박하는 ‘이미지의 바다’라 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인물들과 상징물들, 얼굴들과 가면들, 우상들과 인형들이 합쳐져 하나의 기묘한 전시목록을 구성하게 된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측은 “가족 앨범을 펼치는 것처럼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보살핌의 현장으로서, 생존 수단으로서의 이미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이미지들이 어떻게 조작되어지고, 순환되어지며, 훔쳐가고, 교환되는지를 관찰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시밀리아노 조니 예술총감독은 이번 전시개념에 대해 “이미지들로 얽힌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폭넓은 탐구작업”이라고 설명하고 “9000개 이상의 작품들을 한 달 반에 걸쳐 구성하고 진열했다”고 밝혔다. 조니 총감독의 말을 듣고 보면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시공을 초월하는 ‘이미지의 박물관’으로 관람객들에게 다가선다. 모두 31개국 134명의 작가가 참여한 1901년부터 2010년 현 시점까지 제작된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재단 측은 “각 전시관 또는 공간이나 소주제, 섹션 등의 구분을 두지 않음으로써 전체를 단일 전시로 통합시키고, 모든 작품이 유기적으로 연결 조망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지의 바다’에 빠지지 않으려면 먼저 5개 전시관별 소주제와 공간연출 기법, 작품 구성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1전시실에는 사진적 표현과 갖가지 포즈 취하기, 이미지를 통한 자아성찰을 다루는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앞서 소개한 프랑코 바카리 작품도 이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중국 농민들의 얼굴, 빛바랜 가족사진 속 얼굴, 역사 속에서 희생된 얼굴 등 수많은 얼굴 군상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2전시실은 광학적 환영(幻影)과 초과학적 상상을 통한 시각의 기제를 탐구한다. 많은 작가들은 시각적 경험이 우리의 눈과 신체에 어떻게 각인되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인간이 이미지들을 어떻게 구축하고 유통시키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3전시실은 영웅과 순교자들을 묘사한 작품을 모아 전시하고 있다. 신화의 창조,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의 보존, 전쟁과 압제에 대한 증언을 간직하기 위해 이미지들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탐구한다.
4전시실은 종교적인 형상이나 우상, 페티시적인 작품들, 인형들을 보게 된다. 큐레이터 겸 컬렉터인 이데사 헨델레스(독일)의 ‘테디베어 프로젝트’는 곰인형(테디베어)을 안고 있는 3000장이 넘는 사진들을 한데 모아 놓아 눈길을 모은다.
5전시실은 극장과 텔레비전의 구조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다소 불완전한 형태의 전시물을 모아 전시했다. 광주출신으로서는 유일한 현역 영화관 포스터작가인 박태규 씨가 그린 영화간판 그림들을 통해 한국 영화사를 한눈에 볼 수도 있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에서는 이미지와 기억의 상호작용을 보여 주는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광주시립미술관에 전시된 작품들은 초상화와 투사된 자아로서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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