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동해안별신굿에 빠져든 현대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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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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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안무가 전인정 씨…“서양음악엔 없는 장단”
인간문화재 김용택 씨…“恨풀어주는 몸짓에 푹∼”
전수조교 김정희 씨…“처음엔 긴장도 했지만…”
세 사람 의기투합으로 작품 ‘원<一, one>’ 무대에

동해안별신굿 장단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현대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라 현대판 굿판을 벌인다. 9∼11일 공연하는 ‘원’의 연습 장면. 사진 제공 원더스페이스
동해안별신굿 장단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현대무용수들이 무대에 올라 현대판 굿판을 벌인다. 9∼11일 공연하는 ‘원<一, one>’의 연습 장면. 사진 제공 원더스페이스
올해 7월 안무가 전인정 씨(37)는 독일 베를린에 있었다. 동해안별신굿 인간문화재 김용택 씨(63)와 역시 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인 김정희 씨(49)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였다.

“서양 현대음악에도 이런 음악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한 장단 안에서도 수없이 박을 가르고 들어가는 그 즉흥성은 정말 최고였죠.”

그때의 감동을 공연으로 전달하고 싶었다. 전 씨는 3년여 전 함께 무대에 섰던 김정희 씨에게 연락해 작품을 제안했다. 전 씨는 주로 독일에서 활동하며 피나 바우슈가 수상하기도 했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NRW 무대예술상’과 독일 뒤셀도르프 시가 수여하는 2006 공연예술상을 수상하며 인정받고 있는 컨템포러리댄스 안무가. 그런 그가 한국 전통음악 가락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어렵다는 동해안별신굿에 빠져들게 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현대무용과 동해안별신굿이 만나 작품이 탄생했다. 9∼11일 서울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에서 ‘페스티벌 장(場)’의 참가작으로 공연되는 ‘원<一, one>’이다.

현대무용과 동해안별신굿이 만났다. 왼쪽부터 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 김정희 씨와 인간문화재 김용택 씨, 안무가 전인정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현대무용과 동해안별신굿이 만났다. 왼쪽부터 동해안별신굿 전수조교 김정희 씨와 인간문화재 김용택 씨, 안무가 전인정 씨.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7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 씨는 연방 몸을 들썩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을 위한 공연은 하고 싶지 않아요. 관객들이 공연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치유 받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굿도 결국 그 장단과 가락으로 사람을 두들기고 정신을 차리도록 만드는 거잖아요.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전 씨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자 김용택 씨가 천천히 한마디 거들었다. “인간문화재라고 너무 목에 힘을 주고 그러면 안 돼. 받침이 될 수 있어야지. 내가 받침이 돼줄 만하다고 생각을 했어. 현대무용 처음 봤지만 참 좋은 걸 하더라고. 춤이 사람의 한을 풀어주는 춤이야. 요즘은 그런 게 없지. 많이 하지도 않고.”

‘원<一, one>’에는 푼어리장단, 동살풀이장단, 휘모리장단, 드렁갱이장단, 어청보장단 등 동해안별신굿의 다섯 장단이 등장한다. 여기에 맞춰 전 씨를 포함한 무용수 3명이 춤을 추고, 때로는 의자나 공 같은 간단한 소품으로 놀이를 하기도 한다. 그 배경에는 미디어아트 작가 박미향 씨의 작품이 등장한다. 화를 잠재우거나 마음을 가라앉힌다는 의미가 있는 불교의 다양한 수인(手印)이 교차, 반복되는 영상이다. 공연 말미에는 푼어리장단과 함께 이 수인이 산산이 꽃으로 화한다. 현대식 굿판을 벌이는 셈이다.

공연을 위해 지난달 9일부터 거의 매일 8시간씩 강행군을 해왔다. 김정희 씨는 “처음에는 현대무용이라는 낯선 분야라 약간 긴장을 했는데 하다 보니 이젠 굳이 말로 안 해도 서로 금방 알아듣는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전 씨는 “한번은 연습 때 선생님께 ‘연습 중에 딴 짓하지 마세요!’라고 버럭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는데 인간문화재에, 제자들도 그렇게 많은 분이 웃으면서 알았다고 하셨다. 그만큼 순수한 분이셔서 나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전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이번 공연은 직접 전단을 돌려가며 꼭 보러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동해안별신굿이기 때문이다. “이분들은 정말 수십 년간 해온 분들이에요. 덩기덕, 하면 쿵덕! 하고 ‘착’ 들어올 줄 아는 분들요. 그 장단 안에 철학도 있고 다 있거든요.” 김 씨가 덧붙였다. “그냥 우리 공연이 최고라는 말이야. 그렇게 알고 있으면 돼.”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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