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망측해!” 19금 한중일 춘화전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16:05수정 2010-09-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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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규주인'(偸窺主人).

글자 그대로는 주인을 몰래 엿본다는 뜻이지만 주인의 무슨 행동을 엿보느냐에 따라 문맥이 달라진다. 대상이 주인의 섹스 행각이라면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요즘 정신의학계에서 쓰는 관음증 환자와 비슷할 수 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전반 무렵 중국 청나라에서 제작된 채색판화 화첩 '화영금진'(華營錦陣) 중 한 장면을 보면 투규주인이라는 제목 아래 정사를 나누는 두 남녀와 그들을 훔쳐보는 여인이 등장한다. 그림으로 보면 '투규주인'하는 주체는 하녀인 셈이다.

이런 구도는 동시대 조선의 화가 신윤복이 그린 풍속화 몇 장면을 연상케 한다. 예컨대 목욕하는 여인들을 숲 속에서 몰래 훔쳐보는 아이들을 그린 신윤복의 그림이 투규주인 위로 오버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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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춘화(春畵)인 화영금진 속 여인들은 성행위 중임에도 한결같이 전족을 한 발에 빨간 신발을 신은 모습이다. 당시 중국 여인들은 섹스 중에도 신발을 신었을지 모른다.

그에 비해 동시대 일본 춘화는 대체로 훨씬 더 노골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에도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중 한 명인 가쓰시가 호쿠사이(葛飾北齋.1760~1849)가 1812년에 그린 '쓰비의 방식'이라는 제목이 붙은 춘화를 보면 나체로 나뒹구는 남녀 한 쌍 앞에서 역시 교미 중인 쥐 한 쌍이 발견된다.

이들 남녀의 머리 쪽에 앉아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더 해학적으로 다가온다. 이 그림 제목에 들어간 '쓰비'는 쌍, 혹은 짝을 뜻하기도 하면서 여자의 음부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가쓰시가와 비슷한 시대에 활동한 기타가와 후지마로(생몰년 미상)의 12폭 연작판화인 '춘정제색'(春情諸色)이라는 춘화 중 여섯 번째 장면에는 한여름 남녀 한 쌍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등장한다. 정사는 모기장 안에서 시작됐을 법하지만 얼마나 정사가 격렬했는지 한데 엉긴 두 몸은 모기장을 절반가량 벗어나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빛문화재단 산하 화정박물관이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동아시아 3개국 춘화 61건, 114점을 한자리에 모은 특별전 'LUST'를 마련해 오는14일 개막한다.

12월19일까지 계속될 이번 특별전은 비록 아주 오랜 작품들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국공립박물관이라면 쉽사리 시도하지 못하는 포르노그라피 전문 기획전으로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동시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이상하리만치 남아있는 춘화가 많지 않은 한국 작품 중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이 박물관에서는 전시된 적이 없는 '사시장춘'(四時長春 )이 선보인다. 사시장춘은 신윤복 작품이라고도 하지만 확실치는 않다.

화정박물관은 8일 이번 특별전이 "본격적으로 춘화를 조명해 보는 최초의 전시로서 감상의 대상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학술 연구의 대상으로 춘화를 외부로 끌어내고자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시작 거의 대부분이 노골적 성행위 장면을 담았기 때문인지 외부 시선을 고려해 관람객을 '19세 이상'으로 제한하는가 하면, 수간(獸奸) 같은 소재를 한 그림은 내놓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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