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29>上失其道하여 民散이 久矣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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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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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子張(자장)’의 제19장은 曾子(증자)가 司法(사법)의 정신에 대해 언급한 말을 실어두었다. 노나라 대부 孟孫氏(맹손씨)가 증자의 제자 陽膚(양부)를 獄官(옥관)의 長인 士師(사사)에 임명하자 양부는 증자에게 사법관은 어떠한 자세로 獄事(옥사)를 처리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증자는 위와 같이 대답했다. 양부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다. 한나라 때 馬融(마융)은 ‘백성이 서로 흩어져 가볍게 법을 범하게 된 것은 윗자리에 있는 자가 그렇게 만든 것이어서 백성의 허물이 아니므로 당연히 이를 가엾게 여겨야 하지 그들의 실정을 얻었다고 기뻐해서는 안 된다’라고 풀이했다.

上은 在上者(재상자) 곧 爲政者(위정자)를 가리킨다. 失其道는 정치가 正道(정도)를 잃어 혼란함을 말한다. 民散에 대해 주자는 情義(정의)가 괴리되어 서로 끈으로 맺듯이 연결되지 못함을 이른다고 했다. 위정자와 백성 사이의 情義가 멀어짐을 가리킨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마융은 백성이 생활난 때문에 離散하여 떠돌게 됨을 뜻한다고 보았고 정약용도 이 설을 따랐다. 如는 ‘만일 …하면’이다. 得其情은 백성들이 犯法(범법)하게 된 실정을 제대로 파악함이다. 情은 實(실)이다. 哀矜은 불쌍히 여기고 동정함이다. 勿喜는 功名心(공명심) 때문에 기뻐하지 말라는 말이다.

성호 이익은 어리석은 백성이 춥고 굶주리다 못해 도적이 되는 ‘飢寒作盜(기한작도)’에 대해서는 용서할 만한 면이 있다고 했다. ‘顔淵(안연)’편에서 공자는 ‘송사를 처리함은 나도 남과 같겠으나, 반드시 송사함이 없게 하리라’라고 했다. ‘片言折獄(편언절옥)’의 능숙한 재판보다 ‘無訟(무송)’의 상태에 이를 만큼 正道政治(정도정치)가 우선 되어야 한다는 것이니 이 理想(이상)은 오늘날도 변함이 없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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