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65>唯上知與下愚는 不移니라

  • Array
  • 입력 2010년 3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오직 지극히 지혜로운 자와 지극히 어리석은 자는 변화되지 않는다.

‘논어’ ‘陽貨’의 이 章은 앞 장과 이어진다. 앞서 공자는 인간은 선을 추구하고 악을 미워하는 본성의 면에서 비슷하지만 교육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아 선이나 악의 기질을 형성해 가기 때문에 서로 달라진다고 했다. 다시 그 말을 이어 공자는 上知와 下愚는 습관 때문에 변화하는 법이 없다고 했다. 上知의 知는 智와 같다. 곧 上知는 지극히 지혜로운 사람이란 뜻인데 본성이 완전히 선한 사람을 가리킨다. 下愚는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란 뜻이되 지적 능력이 모자라거나 타고난 기질이 나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그런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 자신을 다스린다면 변화하지 않을 리 없다.

그래서 북송의 程이(정이)는 下愚란 기질이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自暴自棄(자포자기)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했다. 自暴는 거절해서 믿지 않는 것, 自棄는 체념해서 안 하는 것이다. 곧 自暴自棄란 困知(곤지)의 태도조차 지니지 않아 困而不知하는 것을 말한다.

정약용은 주자학자들이 氣質의 淸濁(청탁)을 선악의 근본으로 보아 왔던 설을 비판하고 기질은 본성의 선악과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또 맹자의 성선설이 옳기는 하지만 본성이 선하다고 해서 도덕적 자율 없이 무조건 선할 수 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간에게는 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는 權衡(권형)이 부여되어 있으며 인간의 자주적인 마음에 따라 선을 행하거나 악을 저질러서 功과 罪가 발생한다. 물론 하늘이 生知의 聖人을 내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그에게 君師의 지위를 주어 만민을 구제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에 비해 學知의 현인, 困知의 보통 사람, 지능이 모자란 사람은 각각 기질이 다를 뿐이고 善善惡惡(선선오악)의 본성은 모두 같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자 하는가? 自暴自棄하는 下愚이고자 하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