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도 없이 ‘무소유’ 그대로…“가지 마세요” 신도들 울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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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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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상사 떠나 송광사 안치

그 말씀 그대로, 대나무 평상에 가사 한 겹법정 스님 법구 송광사에… 오늘 다비식법정 스님의 법구가 12일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 도착해 문수전으로 향하고 있다. 스님의 유지대로 법구를 대나무 평상에 올리고 갈색 가사로 덮은 소박한 모습에 숙연해진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스님이 실천한 무소유의 삶을 되새겼다. 다비식은 13일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순천=박영철 기자
그 말씀 그대로, 대나무 평상에 가사 한 겹
법정 스님 법구 송광사에… 오늘 다비식

법정 스님의 법구가 12일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 도착해 문수전으로 향하고 있다. 스님의 유지대로 법구를 대나무 평상에 올리고 갈색 가사로 덮은 소박한 모습에 숙연해진 사람들은 고개를 숙여 스님이 실천한 무소유의 삶을 되새겼다. 다비식은 13일 오전 11시에 시작한다. 순천=박영철 기자
“가지 마세요.”

길상사는 울음바다가 됐다. 스님은 평소 “나 죽거든 슬퍼하지도 말라”고 했지만 보살들은 법정 스님의 법구(法柩)를 실은 운구차에 매달려 오열했다. 영구차가 극락전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30여 m를 지나는 데도 30여 분이 걸렸다. 법정 스님의 법구는 12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를 떠나 전남 순천시 송광사로 운구됐다.

법정 스님의 마지막 길도 무소유 그대로였다. 다비 준비위원회는 스님의 유지대로 관도 짜지 않고 법구를 대나무 평상에 올리고 갈색 가사를 덮어 운구했다. 다비 준비위는 스님이 입적하기 전날 밤 “기거하던 강원도 오두막이 그립다”고 말했다며, 스님이 그곳에서 쓰던 대나무 평상과 똑같은 것을 제작해 법구를 운구했다. 스님의 뜻대로 일체의 의식 없이 운구가 이루어졌다. 단을 차리거나 꽃 장식, 방명록, 염불도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40분경 길상사를 찾아 설법전에서 분향하고, 길상사 전신인 대원각의 소유주였던 고 김영한 여사가 머무르던 길상헌을 찾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환담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장경동 목사, 태고종 총무부원장 법현 스님 등도 길상사를 방문해 분향했다.

12일 오후 5시경 법정 스님의 법구가 출가본사인 전남 순천시 송광사에 도착하자 스님 200여 명과 신도 1500명이 차분한 마음으로 맞이했다. 법구는 30분 만에 송광사 문수전에 안치됐다. 문수전에서 50여 m 떨어진 지장전과 2km 거리의 불일암에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분향소에는 “장례식 절차를 치르지 말라”는 법정 스님 유언에 따라 화환, 부의함이 없었다. 스님의 법구는 13일 오전 10시경 108번 종소리(열반종)와 함께 대웅전 인근으로 운구된다. 스님 14명이 대나무 평상을 받치는 나무틀을 들고 송광사에서 2.5km 떨어진 다비식장으로 간다.

한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씨가 법정 스님의 밀린 병원비 6200만여 원을 대신 냈다고 삼성 관계자가 전했다. 홍 씨는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던 법정 스님을 9일 문병하러 갔다가 병원 측에 대납 의사를 전하고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순천=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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