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바늘… 실꾸러미… 소박한 삶들의 위대한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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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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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괴짜 박물관/정진국 지음/344쪽·1만5000원·글항아리

프랑스 중부 앙비에를에는 ‘알리스 타베른’이라는 박물관이 있다. 1969년 사망할 때까지 이곳에 살았던 여성의 이름을 딴 박물관이다. 전시물은 각종 농기구, 아이들의 장난감, 고기잡이 어망 등 지역 풍물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저자는 “한 고장의 삶을 통째로 보존한 이곳은 쐐기 하나, 바늘 하나, 실꾸러미 하나 놓치지 않음으로써 인류학이나 박물관학에서도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물건들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 남부 로망의 ‘신발 박물관’은 신발이나 신발을 그린 그림만 모아놓은 곳. 저자는 이곳에서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그림 한 점을 만났다. 화가 프랑수아 봉뱅의 1876년 작 ‘예비군 병사의 신발’이다. 보불전쟁에 참전한 예비병의 훈련화 옆에는 힘든 행군으로 생긴 상처를 감싸던 피 묻은 붕대 조각이 함께 그려져 있다.

미술평론가인 저자는 이처럼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유럽의 작은 박물관들을 찾아다녔다. 그는 루브르 박물관 같은 대형 박물관과 비교해 “작은 박물관들은 번잡하지도 시끄럽지도 않다. 그곳에서, 구경은 조용한 산책이다. 이름 없는 장인의 이야기에 느긋하게 귀를 기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이탈리아 제노바의 ‘해양 박물관’, 프랑스 오요나의 ‘빗과 플라스틱 박물관’ 등도 소개했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라는 식의 단순한 가이드북이 아니다. 박물관을 통해 추적한 해당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의 삶이 더욱 풍성하게 다가온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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