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국립오페라단 창작오페라 ‘지귀’ ‘아랑’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17∼20일 서울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 오페라 ‘지귀’와 ‘아랑’은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이 레퍼토리로 개발 중인 창작 오페라다. 두 작품을 하루에 연속 공연해 전문가와 관객들의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하나를 선정한 뒤 내년 초 보완작업을 거쳐 5월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새롭게 공연한다. 19일 공연을 관람했다.

■지귀
단조로운 각색… 아쉬운 아리아
극 ★★★ 음악 ★★★


지귀(김성근 작곡, 이윤설 대본)는 신라 덕만공주(훗날 선덕여왕)를 사랑한 지귀(志鬼)가 불귀신이 되어 곳곳에 화재를 일으켰다는 ‘지귀설화’를 각색했다. 권력과 덕만을 탐내는 반(反)영웅 갈문을 극적 갈등의 한 축으로 내세웠지만 참신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덕만이 주문으로 지귀를 내쫓는 본래의 설화 내용 대신 지귀를 위로해 화기를 물리친다는 결말도 충분히 예상할 만한 설정이었다. 공주가 지귀의 품에 뛰어들어야만 했던 정황을 설득력 있게 호소할 극적 장치가 아쉬웠다.

공주를 사모하는 갈문의 아리아는 불타는 열망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음험한 계략을 나타내는 것처럼 들렸다. 지귀의 두 아리아도 서로 뚜렷한 대조를 이루지 못했다. 두 번째 아리아에서 지상에 속하지 않은 초월자적 면모를 더욱 강조했으면 좋은 효과를 나타냈을 것이다.

■아랑
살아있는 배역… 안들리는 가사
극 ★★★★ 음악 ★★★☆


아랑(황호준 작곡, 김민정 대본)은 겁탈당하고 억울하게 죽은 아랑의 원혼을 만난 신임 부사들이 잇따라 죽어 나갔다는 ‘아랑설화’에 바탕을 둔 작품. 풍성한 연극적 장치가 눈길을 끌었다. 아랑의 역할을 노래 없이 춤과 몸짓, 신음소리만으로 표현한 대신 원혼을 달래는 무녀(巫女)가 그의 슬픔을 대변하도록 했다. 배역들의 성격 대조가 뚜렷했으며 주요 인물들의 증언과 마을 사람들의 속닥거림만으로 표현한 아랑의 절박한 정황이 설득력 있었다. 극이 끝나고 출연진들이 인사하는 동안 후주(後奏)를 연주하는 등 현대 관객의 감성을 이용한 시도들도 편하게 와 닿았다.

반주부는 3-3-2박 등으로 당김음을 주어 나눈 짝수 박자에 빠른 전통 장단을 결합해 극이 나타내는 긴장을 속도감 있게 전달했다. 그러나 극 초반 이방 유모 돌쇠 부사의 중창 장면에서는 이런 속도감이 필요 이상 풀어져 분위기를 느슨하게 만들었다. 소극장 무대인데도 가사 전달에 한계가 많았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