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보일 “가수 됐다고 외모 변신할 생각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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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아줌마'.

8개월 전 영국 iTV 리얼리티 오락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촌스러운 티셔츠를 걸친 볼품없는 외모의 주부 수잔 보일(48)이 들려준 아름다운 노래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달 23일 발표한 보일의 데뷔 앨범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은 1주일 만에 200만 장 넘게 팔리며 단숨에 한국 미국 영국 호주 아일랜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다. 이메일로 동아일보와 만난 그는 "음악은 보는 것이 듣는 것"이라며 "가수가 됐다고 외모 변신을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나는 노래를 사랑할 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내 노래만큼 외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물론 사람은, 특히 여자는 누구나 아름다워지길 원하죠. 하지만 노래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톡스를 맞았다', '치아 미백을 했다'는 얘기만 나올 때는 속상해요. 운동으로 살은 제법 많이 뺐습니다."

보일이 처음 '브리튼스…'에 출연했던 4월 11일, 3명의 심사위원은 2007년 테너 폴 포츠를 만났을 때처럼 시큰둥했다. 그러나 보일이 두 손을 모으고 뮤지컬 '레미제라블' 삽입곡인 '아이 드림드…'를 부르자 눈이 휘둥그레진 관객 모두가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터뜨렸다.

"평생 꾸던 꿈이 이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현실이 됐죠.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꿈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는 기뻐서 '안녕 세상아!'라고 혼자 소리 질러 인사를 해요. '당신을 보고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는 사람들의 편지를 읽을 때마다 정말 행복합니다.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귀한 그릇을 보내준 사람도 있어요."

이번 앨범에서 보일은 '아이 드림드…'와 신곡 '후 아이 워스 본 투 비(Who I Was Born To Be)' 외에 롤링 스톤스의 '와일드 호시스(Wild Horses)', 마돈나의 '유 윌 시(You'll See)' 등을 편곡해 불렀다. 그는 특히 "내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다고 너는 비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홀로 살아남았다"는 가사의 '유 윌 시'에 대해 "어렸을 때 못생겼다고 놀리며 나를 때리고 따돌렸던 아이들을 생각하며 불렀다"고 했다.

"요즘은 가끔 거울을 보다가 '좀 세련돼 진건가' 생각하며 혼자 웃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2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처럼 시련이 닥쳤을 때 극복할 수 있도록 나를 버텨준 한 가지가 무엇인지 나는 압니다. 오늘 내가 부른 노래가 누군가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내일 당장 이 모든 꿈같은 상황이 사라진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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