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女心 사로잡는 ‘야성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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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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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모키 화장하는 남자

《20대 후반의 회사원 김영석(가명) 씨는 최근 홍익대 부근의 한 클럽에 놀러갔다 일종의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남자 스모키의 천국이더군요. 그 곳의 거의 모든 20, 30대 남자들이 스모키 메이크업(갈색 혹은 검은색 톤의 화장)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간 저만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말 그대로 스모키 메이크업은 짙은 아이라인으로 눈매를 강조하는 여성들만의 ‘전용 화장’으로 여겨져 왔다. 좀 더 또렷한 눈매와 깊은 눈빛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만큼 성숙하고 ‘드라마틱’한 변화로 여성들마저도 평소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메이크업이 아닌가? 그러나 이 같은 ‘트렌드’를 전해준 김 씨의 답은 다소 도발적이기까지 했다. “빡빡한 일상의 연속인 요즘, 남자라고 얌전한 슈트나 캐주얼 스타일로만 살 수 있나요?” 젊은 그들이 꿈꾸는 스타일과 일탈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 성숙함으로의 변신

영화 ‘집으로’(2002년)의 철없고 심통 많던 꼬마 상우를 기억하는가, 프라이드치킨 대신 닭 백숙을 내온 시골 할머니 앞에서 “왜 닭을 물에 빠뜨려∼”라며 엉엉 울고 마는 철없는 꼬마를.

그 철없던 ‘꼬마’가 최근 MBC 드라마 ‘선덕여왕’의 영민한 김춘추로 다시 돌아왔다. 그 주인공은 이제 듬직한 ‘국민 남동생’으로도 불리는 배우 유승호(16).

제2의 소지섭이라고 불릴 만큼 수려하면서도 귀여운 외모로 다수의 ‘누나 팬’을 거느린 그지만 아직 앳된 소년의 이미지는 그대로다. 하지만 그가 최근 연기 변신 외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팬들에게 선보였다.

모 잡지와 브랜드 모델로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그는 시크한 표정에 강렬한 눈매로 보호받아야 할 ‘꼬마’가 아닌 성인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스모키 메이크업은 나이와 연륜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신비로운 매력’이다. ‘소년’에서 ‘남자’로 변신 중인 배우들에게 스모키는 그래서 반갑고도 유용한 변장술이다.

○ 옴 파탈 혹은 나쁜 남자를 꿈꾸다

또렷한 이목구비의 연예인들 또한 매력 발산의 도구로 스모키를 택한다. 올 상반기 화제를 모았던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으로, 때론 철없지만 순수한 귀공자를 연기한 이민호는 최근 한 맥주 회사의 뮤직비디오 광고를 통해 ‘나쁜 남자’로 거듭났다.

허름한 한 클럽.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던 고혹적 매력의 한 여자 스타(제시카 고메즈)의 눈길을 끄는 ‘나쁜 남자’는 바로 강렬한 눈빛의 이민호. 그의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은 오히려 그녀에게 강렬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그의 ‘거칠고 차가운 매력’에 결국 도도하던 그녀도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지만 그는 결국 그녀의 유명세를 이용해 스타덤에 오르는 ‘나쁜 남자’일 뿐이다. 하지만 여전한 그 눈빛, 차가운 스모키로 그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유혹한다.

이 같은 내용의 광고가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면 어떤가. 그 안에 자리 잡은 ‘옴 파탈(homme fatale·프랑스어로 치명적인 남자라는 뜻으로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상대를 파멸시키는 남자라는 의미)’에 대한 환상과 스모키의 ‘마력’에 대중은 여전히 열광하는 것을.

○ 아찔한 파격 변신


대표적 ‘범생이’들에게도 강렬한 눈빛과 파격적 변화는 허락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모키는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로부터의 변신을 꾀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목소리, 부끄러운 듯한 미소, 가요계의 ‘대표적 범생이’ 이미지를 굳혀 왔던 김정훈은 최근 솔로 앨범을 통해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한쪽 눈을 가릴 만큼 길게 늘어뜨린 머리, 그 밑으로 빛나는 차가운 스모키 메이크업을 통해 강렬한 눈빛으로 팬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수많은 대한민국의 ‘2030’세대들.

청년 실업, 경제 침체, 그리고 꽉 짜인 일상…. 그 안에서 때론 그들도 변화의 분출구를 찾는다. 물론 낯선 남자의 진한 화장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만을 위한 일상 속 조그마한 파격이라면, 그리고 그 안에서 충분히 ‘즐겁고 자유롭다’면 2009년 남자의 스모키에 기꺼이 ‘한 표’를 던져주고 싶다. 더구나 남자의 변신 또한 무죄 아닌가.

아, 마지막으로 유용한 팁 하나. “아직 화장이 익숙하지 않은 남자들의 경우, 스모키 전용 아이라이너를 활용하면 손으로 부드럽게 문질러서 번짐 효과를 쉽게 줄 수 있어요. 스모키 전용 아이라이너로 눈 점막 안쪽까지 아이라인을 선명하게 그어주고 그레이나 브라운 아이섀도를 아이라인에서 눈두덩이 전체로 번지듯이 그라데이션 해주면 깊이 있는 눈매를 연출할 수 있답니다.”(메이크업 전문 브랜드 MAC교육팀 안미선 과장)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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