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 부른 내 노래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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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0일 03시 00분


‘데뷔 20주년’ 기념음반 낸 이승환

데뷔 20년을 맞은 이승환은 “줄기차게 공연했지만 무대 위에서 떨지 않게 된 건 겨우 2년 전부터”라며 “내년 10집 앨범에서 내가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음악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플럭서스
데뷔 20년을 맞은 이승환은 “줄기차게 공연했지만 무대 위에서 떨지 않게 된 건 겨우 2년 전부터”라며 “내년 10집 앨범에서 내가 하고 싶은, 해야 하는 음악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플럭서스
고개를 옆으로 돌린 채 노골적으로 냉소하는 청중 앞에서 노래하기. ‘저 사람 누구야?’ 수군대는 피서객을 바라보며 열창하기. 초짜 신인가수의 사연이 아니다. 27일 데뷔 20년 기념음반을 내는 ‘어린왕자’ 이승환(44)의 근황이다.

“2년 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 무대였어요. 외국 뮤지션을 보러 온 듯한 앞줄 관객 수십 명이 내가 나오자마자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꼼짝도 안 하는 거예요. 그 앞에서 예정된 다섯 곡을 불렀습니다. 물론 외국 그룹들 정말 입 쩍 벌어지게 잘 했지만, 나도 열심히 했는데 한번 들어나 보지….(웃음) 큰 상처가 됐어요.”

작년 여름 부산 해운대, 지난달 영남대 록 페스티벌에서도 관객들 다수가 이승환이 누구냐며 어리둥절해했다. 썰렁한 객석이 자기 탓인 듯해 마음이 불편했던 그는 출연료 일부를 주최 측에 돌려줬다.

“포지션이 애매하죠. 발라드로 끌어 모은 팬들 록으로 등 돌리게 만들고.(웃음)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미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아, 나는 대중적이지도 못하면서 음악적 평가마저 신통찮은 가수구나…. 스스로가 안타까웠어요.”

2006년 ‘CD 형태의 정규앨범을 더는 내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뒤 발표한 2장의 미니앨범은 록 색깔을 빼고 ‘말랑말랑한’ 스타일로 채웠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승환은 “대중 친화적이 돼보려 한 실험이었는데 감을 못 잡았다”고 했다.

“운영하던 연예기획사(드림팩토리)가 기울고 재정문제로 공연이 자꾸 취소되니까 잡생각이 많았습니다. 록 색깔 없애면 사람들이 혹시 좋아해줄까 했는데 오히려 더 싫어하더군요. 그래서 이젠 신경 안 쓰고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요. 나이 마흔넷 된 가수가 뭘 하든 시선받지 못하는 건 마찬가질 테니까요.”(웃음)

드림팩토리에 남은 이는 로드매니저 1명뿐이다. 마케팅 제휴업체가 제안한 이번 20년 기념음반 작업에 이승환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윤도현 김진표 타이거JK 등 후배 뮤지션들은 그의 노래 10곡 위에 각자의 개성을 입히고 마음대로 뛰놀았다.

“몇몇은 원곡보다 100배쯤 좋던데요. 하지만 후배들 버전은 이번뿐이에요. 12월 24∼26일 올림픽공원에서 가질 크리스마스콘서트는 13인조 브라스밴드 중심으로 편곡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1월에는 내년 3월 내놓을 10집 정규앨범 녹음을 미국에서 시작할 거고요.”

“음악을 즐기고는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100% 업(業)으로 만들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고 답했다.

“신나게 뛰놀던 놀이터를 쓰나미(지진해일)에 잃은 느낌? 근데 그렇게 힘들어 보이나…. 많이 좋아진 건데.(웃음) 포근하고 흥겨운 음악으로 복귀해서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다시 올라갈 겁니다. 제 궁극적 목표는 김창완 형님이니까요.”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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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손택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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