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PIFF]“이 자리에 있는 24명이 명화 24편 만들겁니다”

  • 입력 2009년 10월 16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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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영화아카데미 졸업식 현장

“여러분, 여기 있는 24명의 얼굴을 기억해 두세요. 앞으로 나올 걸작 영화 24편을 기대해도 좋습니다.”(구로사와 기요시 아시아영화아카데미 교장)

15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 메가박스 9관에서는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올해 5회를 맞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졸업식. AFA는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영화 지망생들이 연출 촬영 편집 사운드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부터 집중수업을 받고 두 편의 단편영화를 완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전인 9월 30일 시작해 16일간 열렸고 아시아 16개국의 영화 지망생 24명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마지막 결과물인 영화를 상영하고 수료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교장선생님이자 지난해 ‘도쿄소나타’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상을 수상한 일본의 구로사와 감독과 교감선생님인 ‘모텔선인장’의 박기용 감독, 연출 수업을 맡은 말레이시아 영화감독 호유항 씨가 참석해 졸업을 축하했다.

인도의 마리안 드수자 씨가 3000달러를 받는 장학생으로 선발됐다는 발표에 이어 학생들이 두 팀으로 나눠 만든 단편영화 ‘소녀’와 ‘숲속의 대결’이 상영됐다. 구로사와 감독의 촌평에 이어 ‘연출선생님’인 호유항 감독이 축사를 했다.

“영화를 만들 때 나만의 모토가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라, 무슨 일이 벌어져도 무조건 나쁠 것이다’(웃음). 오늘 아침 학생들이 기술시사를 보고 절망하는 표정을 봤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여러분이 여기 온 건 완벽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여러 사람과 모든 걸 함께 경험하며 ‘모험’하러 온 거죠.”

이어 B팀의 대표인 필리핀에서 온 루이즈 안 얌수안 씨가 답사를 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종이를 꺼내 수줍게 읽어나갔다.

“회오리 같은 여정이었어요. 처음엔 17일 만에 복근을 만들 수 있는 운동기구를 사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매일 30분만 운동하면 되는 운동기구와 영화는 전혀 달랐어요. 여기서는 매 순간마다 깨어있어야 했어요. 항상 졸리고, 커피도 잠을 깨는 데 소용이 없어요. 그래도 뭔가 해낸 것 같아 기쁩니다.”

부산=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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