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맞는 첫 한가위…귀화 혼혈선수들 “마음 너무 설레요”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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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직 한가위라는 단어가 낯설지 모른다. 오히려 ‘한국의 추수감사절’이라고 설명을 해야 고개를 끄덕인다.

15일 개막하는 프로농구 정규 시즌에서 첫선을 보이는 귀화 혼혈 선수 5명 얘기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전태풍(KCC) 이승준(삼성) 문태영(LG) 원하준(KT&G) 박태양(KT)은 시즌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어머니의 나라에서 처음 맞는 추석을 고대하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하프코리안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전태풍은 이미 한일 챔피언결정전을 통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모국 코트에서 태풍을 일으킬 채비를 마쳤다. 19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어머니와 농구선수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전태풍은 “한국에서 추석은 첫 경험이지만 운동이 우선이다. 추석에는 인천에 있는 외가에 갈 생각이다. 이모와 외사촌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등에 성조기와 태극기 문신을 새긴 그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빈다고 들었다.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되고 싶다. 부상 없이 뛰면서 KCC가 2년 연속 우승할 수 있도록 기원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승준의 아버지는 주한미군 출신으로 한국인 부인을 만나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승준은 모처럼 같은 농구선수인 친동생 오리온스의 이동준과 추석을 함께 보낼 생각이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도 추석이면 친척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친척에게 고스톱을 배웠는데 처음에 돈을 잃어 요즘은 거의 안 한다”며 웃었다. 이승준은 “예전에 외할머니께 절을 하면 달러로 돈을 주셨다. 서울 목동에 사는 이모를 찾아뵈면 한국 돈을 주시지 않을까”라며 들뜬 기분을 감추지 않았다.

혼혈 선수 중 숨은 진주로 주목받으며 LG 주전 자리를 꿰찬 문태영은 아내, 딸과 함께 추석을 보낼 계획이다. 그는 “어릴 때 엄마가 해마다 어떤 날이면 한국음식과 떡을 많이 만들고 새 옷을 사주셨다. 이제 보니 그날이 추석이었다”며 회상했다. 추석날 가족과 함께 민속촌이나 한옥마을 등을 찾아 한국 문화를 체험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 세 명과 달리 한국 농구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원하준과 박태양은 “추석을 즐기는 여유는 힘들 것 같다. 동료들이 쉬더라도 운동을 열심히 해서 감독님의 눈에 들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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