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포클레인으로 들어낼 때까지 버텨라”

  • 입력 2009년 9월 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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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구성원 자존심 고려할 것” 버티기 시사
정 前KBS사장 ‘편지칼럼’에
엄 MBC사장은 사퇴설 일축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최근 거취 문제가 불거진 엄기영 MBC 사장에게 “결코 스스로 물러나지 마라”고 주문했다.

정 전 사장은 31일 인터넷 매체 ‘오마이뉴스’에 엄 사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칼럼을 싣고 “(외부에서 쏟아지는) 이런저런 모멸에 ‘그냥 떠나자’라고 내던지고 나면 후배들은 어찌되며 방송의 마지막 보루로 남아있는 MBC는 어떻게 되며 한국 사회는 어디로 가겠느냐”며 “포클레인으로 당신을 들어낼 때까지 그 자리에 의연하게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개인적으로 힘들고 온갖 모욕과 비난과 인신공격이 당신에게 가해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MBC 사장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역사 앞에서 감당해야 하는 책무이자 역사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전 사장은 “KBS 노조가 나를 공격한 것과는 달리 MBC 노조는 당신을 지켜주겠다고, 모든 것을 희생하겠다고 나오니 정말 해볼 만한 싸움”이라며 “당신을 아끼고 당신이 있는 MBC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편지를 썼다”고 말했다.

한편 엄 사장은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거취 문제를 놓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으로 듣고 있는데 내 관심은 MBC와 후배에게 누가 되지 않겠다는 것 뿐”이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지만 MBC의 독립성, 구성원의 자존심, 공영방송의 수장이라는 책무, 내 모든 결정이 선례로 남게 된다는 점을 고려하겠다”고 말해 사퇴설을 일축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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