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톡톡 튀던 아멜리에, 도도한 샤넬이 되다

  • 입력 2009년 8월 21일 02시 58분


영화 ‘코코 샤넬’ 주인공 오드리 토투

프랑스 여배우 오드리 토투(31). 영화 ‘아멜리에’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큰 눈을 동그랗게 뜬 엉뚱한 성격의 캐릭터가 떠오를 것이다. 이 영화로 프랑스 대표 여배우로 우뚝 선 그가 전설적인 디자이너 샤넬을 연기한다. 27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코코 샤넬’에서다.

샤넬의 광고 모델로도 활동해 일찍부터 샤넬과 인연이 깊은 그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꼼꼼하고 성실한 대답이 그의 성격을 알려주는 듯했다.

―처음 샤넬 역을 제안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감독과 처음 만났을 때 그러더군요. 내 모습에서 샤넬과 같은 집념과 과감함, 사람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선을 느꼈다고. 하지만 샤넬의 삶을 출생부터 죽음까지 다루는 대하소설식 전기영화에는 출연하고 싶지 않았어요. 감독은 전제를 달았죠. 진부하거나 단순한 모방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요.”

―샤넬과 가깝게 보이기 위해 무엇을 준비했나요.

“에드몽드 샤를루가 쓴 ‘순응 거부자’와 폴 모랑의 ‘샤넬의 매력’이란 책을 읽었어요. 꼼꼼한 정보들이 많아요. 사진들도 봤고요. 하지만 여러 자료들을 보고 나니 오히려 혼란스러워졌어요. 전해진 얘기나 그녀에 관한 기록들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게 많았거든요. 그때부터 오로지 상상력에 의존하려 했어요. 샤넬 이미지를 전달하려면 이 캐릭터에 나만의 해석을 불어넣어야 된다고 생각했죠.”

―샤넬을 연기하다 보니 자신과 샤넬의 닮은 점이 보이던가요.

“자신의 직감을 믿는다는 것과 다른 사람의 의중을 재빨리 읽어내는 능력이랄까요. 샤넬처럼 나도 위선과 가식을 빨리 간파해 낼 줄 알고 신념과 개성에 맞게 행동하려 해요. 샤넬을 연기하며 저도 자신의 영혼을 팔지 않는 올곧고 정직한 사람이 되길 바랐어요.”

―샤넬이라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어땠나요. 가공된 인물보다 어려웠나요.

“실존했던 유명 여성을 연기하는 것은 단순히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서 그치지 않죠. 샤넬은 엄격하고 권위적이고 오만하고 자존심이 센, 그러나 우아하고 독립적이며 자유로운 여자죠. 맞아요. 이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고 꽤 정확한 사실이에요. 하지만 저는 이 ‘강인함’이라 불리는 것 뒤에 숨겨진 걸 발견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종종 ‘고독이야 말로 나의 동반자’라는 말을 했는데 전 여기서 단서를 얻었죠. 그때부터 샤넬 마음속에 있는 불안하고 연약한 모습을 떠올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영화 ‘아멜리에’서 보여준 독특한 캐릭터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돼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영화 이후 출연한 영화들(‘다빈치코드’ ‘스페니쉬 아파트먼트’ ‘프라이스리스’ 등)은 ‘아멜리에’에 비해 평범해 보이는데요.

“‘아멜리에’ 성공 후 거리에 나가면 모든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고 싶어 했어요. 한동안 검은 선글라스와 큰 모자를 쓰고 외출해야만 했죠. 유명세는 혹독했고 대중의 관심이 암(癌)처럼 고통스러웠어요. 하지만 이젠 알아요. 내게 중요한 건 자율성과 자유를 지키는 거란 걸. 그래서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역할이 아닌, 배우로서 올바른 선택을 하고 싶었어요. 최근 몇 년 동안 여배우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이런 깨달음에서 비롯됐죠.”

―샤넬 옷과 향수를 많이 갖고 있나요.

“물론이죠. 저는 프랑스 여배우인걸요. 재킷, 드레스, 구두는 물론 매일같이 입고 다니는 가죽 재킷도 샤넬 거예요. ‘샤넬 NO. 5’ 모델이 되기 전부터 이 향수를 사용했고요. 영화를 찍으면서 입은 녹색 승마 재킷을 꼭 갖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샤넬 개인 박물관으로 보내졌네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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