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두 주역 최수형-윤형렬 씨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꼽추 대 꽃미남, 허스키한 중저음 대 청아한 고음이란 대조적 이미지와 달리 깔끔한 외모와 헌칠한 키를 자랑하는 윤형렬 씨(왼쪽)와 최수형 씨.이훈구 기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꼽추 대 꽃미남, 허스키한 중저음 대 청아한 고음이란 대조적 이미지와 달리 깔끔한 외모와 헌칠한 키를 자랑하는 윤형렬 씨(왼쪽)와 최수형 씨.이훈구 기자
관객의 눈과 심장 훔치는 쌍돛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로 운명을 바꾼 두 남자가 있다.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짝사랑하는 꼽추 콰지모도 역의 윤형렬 씨(26)와 반대로 에스메랄다가 순정을 바치는 꽃미남 귀족 페뷔스 역의 최수형 씨(30)다.

무명 가수였던 윤 씨는 2007년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초연 무대로 데뷔해 3년간 150차례 가까이 콰지모도 역을 도맡으며 뮤지컬 관련 신인상을 휩쓸었다.

올해 제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선 올해의 스타상을 공동 수상하며 ‘최고의 콰지모도’로 자리 잡았다.》

● 페뷔스 역 최수형 씨
섬세하고 목소리 관리 철저 “더울때도 뜨거운물 마셔요”

● 콰지모도 역 윤형렬 씨
음색 열중 성대결절 고생 폭발적 恨의 목소리 ‘경지’

MBC합창단원 출신인 최 씨도 2008년 ‘노트르담∼’의 페뷔스 역으로 데뷔한 뒤 록과 정통 성악을 조합한 폭발적 발성으로 ‘최적의 페뷔스’란 찬사를 받고 있다. 그의 페뷔스 역 출연 횟수(50여 차례)보다 20여 차례나 더 이 작품을 본 열혈팬이 팬클럽 회장이 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윤 씨가 수상한 DIMF 남자신인상이 올해엔 최 씨의 몫이 됐다.

2003년 유재하 가요제 은상을 수상한 윤 씨는 ‘노트르담∼’이 ‘하늘에서 내려온 한줄기 빛’이었다고 회상했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2007년 1집을 냈지만 기대한 만큼 뜨지 않아 암울할 때였어요. ‘노트르담∼’의 콰지모도 역에 음색이 맞는 부분이 있으니 오디션에 응해보라는 연락을 받았죠. 심드렁한 기분으로 ‘노트르담∼’ 오리지널 공연을 DVD로 봤는데 소름이 쫙 끼치더군요.”

가창력에 비해 춤 실력이 부족해 ‘명성황후’와 ‘드림걸즈’의 최종 오디션에서 번번이 분루를 삼켰던 최 씨도 지난해 45곡의 노래로만 이어진 ‘노트르담∼’을 보고 “이거다!”를 외쳤다. 노래에 집중하는 배우와 춤 중심 앙상블의 ‘이원체제’에서 활로를 발견한 것이다. 예감은 적중했다. 당초엔 음색이 비슷한 시인 그랭구아르 역에 지원했지만 웨인 폭스 예술감독은 그를 단숨에 페뷔스 역에 발탁했다.

181cm 안팎의 장신인 두 사람은 27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노트르담∼’의 흥행 순풍의 ‘쌍돛대’로 꼽힌다. 1막에서 페뷔스가 약혼녀 플뢰르 드 뤼스와 에스메랄다 사이에서 갈등하며 ‘괴로워’를 부르다 셔츠 앞자락을 단추째 뜯는 장면이 관객의 눈길을 훔친다면, 2막에서 콰지모도가 땀과 눈물에 젖어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절창하는 장면은 관객의 ‘심장’을 훔친다.

그러나 두 사람의 극 중 배역은 사뭇 대조적. 콰지모도는 뮤지컬 주인공으로는 이례적으로 중저음 중심의 바리톤 음역에서, 그것도 거친 음색으로 노래해야 한다. 반면 페뷔스는 높은 도(하이 C)에 이르는 고음을 소화해야 한다.

“원래는 ‘미성’이란 소리를 들었는데 콰지모도 역을 맡으면서 목소리가 허스키해졌다”는 윤 씨는 목소리에 관한 한 전문가가 됐다. 한과 절규로 똘똘 뭉친 콰지모도의 음색을 내고자 고심하다 원형탈모증에 걸릴 정도로 목고생, 맘고생이 심했던 탓이다.

“2008년 1월 세종문화회관 공연 때는 목이 쉬어서 말도 안 나올 지경에서 무대에 올라갔는데 너무 절절한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그때까지 칭찬에 인색하던 웨인마저 ‘환상적’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고교생 때부터 네 차례나 성대결절로 고생했다는 그는 “도자기로 따지면 초벌구이 재벌구이를 다 거친 목소리라 새삼 목 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최 씨는 아무리 더운 날씨에도 뜨거운 물을 호호 불어가면서 마시며 잘 때도 목에 손수건을 두르고 마스크까지 하고 잘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목 관리를 한다. “형렬이가 무대 위에 올라가기 전까진 느긋하다가 무대 위에서 야수처럼 폭발하는 스타일이라면, 전 연습실에서 쉴 때도 계속 목을 풀어야 최상의 목소리가 나오는 스타일이죠.”

극 중 배역과 또 달리 무대 뒤 두 배우의 모습은 ‘대범한 윤형렬’과 ‘섬세한 최수형’으로 묘한 대비를 이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뮤지컬에 대한 사랑을 일깨워 준 이 작품에 대해 “공연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공연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애정을 샘솟게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에게 ‘노트르담∼’은 극 중에서 그들이 공통으로 사랑하는 에스메랄다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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