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인지 작품인지… 능선인지 하늘인지… 정승운 展

  • 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작가의 고향인 전남 강진에 있는 산들의 능선을 오브제를 통해 추상적 형태의 선으로 변화시킨 정승운 씨의 ‘공제선’. 사진 제공 공간화랑
작가의 고향인 전남 강진에 있는 산들의 능선을 오브제를 통해 추상적 형태의 선으로 변화시킨 정승운 씨의 ‘공제선’. 사진 제공 공간화랑
‘공간에 표현한 드로잉’ 정승운 展

익숙한 풍경에 대한 새로운 접근

지하 전시장을 이리저리 두리번거린다. 작품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오며 살펴보니 그때서야 양쪽 벽면의 벽돌과 벽돌 사이를 메운 시멘트를 파낸 선이 눈에 들어온다. 욕망의 집합체인 도시의 딱딱한 스카이라인을 재현한 네거티브 드로잉이다.

6월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원서동 공간화랑(02-3670-3500)에서 열리는 정승운 씨(46)의 ‘공제선(空際線)’전은 공간을 대상으로 한 드로잉을 선보인다. 스카이라인을 뜻하는 공제선이란 주제 아래 기존과 다른 관점으로 풍경에 다가선 전시다.

작가가 어린 시절 접한 자연 풍경을 표현한 드로잉설치작업도 흥미롭다. 고향(전남 강진)에서 친숙하게 접했던 월출산을 비롯해 산들의 능선을 나무 오브제로 재현했다. 풍경과 배경의 관계는 여기서도 역전된다. 지상에서 일정한 높이에 능선을 그린 뒤 아래는 텅 빈 공간으로 남겨놓고 산 위를 나무판으로 덮었다.

직선으로 이어진 고층건물의 스카이라인과 오랜 시간 자연과 어우러지며 구불구불 돌아가는 능선의 라인은 대비를 이룬다. 작가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빚어낸 어색한 공존, 그 속에 현대인의 혼란스러운 내면이 투영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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