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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21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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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기사회 26일 총회… “징계해야” “의사존중” 논란
국내 랭킹 1위 이세돌 9단(사진)이 바둑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기원 프로기사회는 26일 총회를 갖고 이 9단과 관련해 △이 9단의 한국바둑리그 불참 △중국바둑리그에서 받는 대국료 중 5%를 기사회에 내지 않는 문제 △기보 저작권을 한국기원에서 일괄 관리하는 방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 △시상식에 불참하는 것 등의 안건을 다룬다. 한 기사와 관련해 4개 안건을 다루는 것은 이례적이다. 일부 기사들은 한국리그 불참 등에 대해 이 9단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어 파란이 예상된다.
기사 총회는 한국기원의 방침을 결정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기사회의 의견은 한국기원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대부분 채택된다.
지난주 출범한 올해 한국바둑리그에서 전남 신안군은 팀 창단 조건으로 신안군 비금도 출신인 이 9단을 1지명으로 뽑는 것을 내걸었다. 신안군은 올해 비금도 폐교를 ‘이세돌 기념관’으로 리모델링해 개관하기도 했다. 그러나 참가 마감 직전 이 9단은 한국바둑리그 불참을 통보했다. 한국기원이 신안군 문제를 자신과 상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 프로기사는 “기사들의 분위기는 책임을 묻자는 쪽과 그건 심하다는 쪽이 반반으로 갈린다”며 “같은 기사 입장에서 징계 결론을 낼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재발 방지를 위한 규정 확립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다음 달 열릴 이사회의 기류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이사 중 상당수가 이 9단의 불참이 바둑계에 대한 외부의 지원을 끊는 행위라며 꼭 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사회가 징계를 결정하면 랭킹 1위 기사와 한국기원이 반목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바둑리그 참가는 관례적으로 이뤄진 것일 뿐 본인이 싫다면 그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중국바둑리그에 참가해 받는 대국료의 5%를 기사회 기금으로 내는 문제도 그동안의 관행과 이 9단의 원칙이 충돌한 사례. 이 9단은 중국바둑리그에 참가할 때 다른 기전처럼 한국기원이 대국 일정 편의 등을 돌봐주지 않는데 왜 기금을 내야 하느냐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9단이 프로기사 활동의 일환으로 중국리그에 참여하는 것인 만큼 기금을 내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있다.
이 밖에 한국기원이 기보 저작권을 관리하자는 방안에 이 9단만 서명하지 않고 있는 것과 지난해 말 한국바둑리그 시상식에 이 9단이 불참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프로기사는 “이 9단의 행동이 돌출적으로 보여 그렇지 규정이 미비하고 한국기원의 행정 잘못도 있기 때문에 이 9단의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 없다”며 “하지만 시상식 참가 같은 일을 규정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된 건 아쉽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