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비트도 하나의 악기… 뮤지컬에 그대로 담고 싶어”

  • 입력 2009년 1월 8일 02시 58분


“뮤지컬에도 비트를 담고 싶었어요.” 2월 27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드림걸즈’ 안무를 맡은 힙
“뮤지컬에도 비트를 담고 싶었어요.” 2월 27일부터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드림걸즈’ 안무를 맡은 힙
내달~7월 공연 ‘드림걸즈’ 안무가 셰인 스팍스

“난 기다려왔어, 베이비. 바로 오늘 같은 이 밤∼.”

3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뮤지컬 ‘드림걸즈’ 연습 현장. 마무리 작업에 분주한 배우들 사이에서 홀로 리듬을 타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안무가라고 소개받은 사람은 미국인 힙합 안무가 셰인 스팍스.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힙합바지에 검은 비니를 꾹 눌러쓴 모습이 뮤지컬 안무가라기보다 래퍼에 가깝다.

“미국에서 안무를 짜면서 이렇게 생각했어요. 한국 배우들이 절반이라도 따라오면 다행이라고. 하지만 와서 보니 상상 이상입니다.”

뮤지컬 ‘드림걸즈’는 시카고를 배경으로 에피 디나 로렐 등 세 명의 흑인소녀로 구성된 그룹 ‘더 드리메트’가 가수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2007년 제니퍼 허드슨과 비욘세 뇰스가 출연한 같은 이름의 영화가 국내에서 인기를 모았다.

뮤지컬은 198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이번 ‘드림걸즈’는 한국의 오디 뮤지컬 컴퍼니와 미국의 프로듀서 존 F 브릴리온이 공동 제작한다. 2월 27일∼7월 26일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한 후2009년 말 미국 공연에 나선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복고풍의 의상과 귀에 익숙한 ‘리슨’ ‘무브’ ‘원 나이트 온리’ 등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다.

스팍스는 “이 안무를 짜면서 영화의 안무는 고려하지 않았다”며 “오로지 음악만 듣고 그 속에서 떠오르는 동작들을 그대로 담았다”고 말했다.

“뮤지컬에도 비트를 담고 싶었어요. 멜로디와 노랫말을 춤으로 표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음악 속에 담긴 비트를 하나의 악기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귀로 듣는 음악도 좋지만 ‘드림걸즈’의 음악은 몸이 먼저 반응할 만큼 한곡 한곡이 특별해요.”

특히 ‘스테핑 투 더 배드 사이드’ 곡에 나오는 안무는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 스팍스는 이 곡의 안무 때문에 내한했을 정도다. 쇼비즈니스 세계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이 장면에는 28명의 배우가 큰 원을 따라 누워 춤을 추거나, 검은색 코트를 입고 검은색 007가방을 들고 군무를 펼친다.

한국인 비보이를 들어봤느냐고 묻자 그는 전날 홍익대 근처에서 봤다는 댄스 경연대회 얘기를 꺼냈다. “그 비보이들의 춤은 환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춤의 스킬보다 더욱 대단하다고 느낀 건 한국 비보이들은 춤에 영혼을 담는 듯했어요. 머릿속에 두고두고 남을 것 같아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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