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임’만이 낼 수 있는 감각적 사운드 느껴보세요

  • 입력 2008년 10월 14일 03시 00분


일렉트로니카 데뷔 앨범 눈길

자극적인 가사와 귀에 꽂히는 멜로디, 감각을 자극하는 비트가 ‘뜨는’ 가요의 공식이 된 요즘 사운드에 대한 독특한 고집을 내세워 만든 앨범이 있다. 최근 늦깎이로 일렉트로니카 데뷔 앨범을 낸 ‘하임’(34)이 그 주인공이다.

원래 그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다.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졸업한 뒤 1993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피아노 연주자과정을 마쳤다.

그러던 그가 연주자의 꿈을 접고 한국에 돌아온 건 4년 만인 1997년. 결정적인 계기는 밥 먹는 시간만 빼고 음악밖에 모르는 교수님이 제공했다.

“천재인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깨달았죠. 음악이 인간적인 따스함을 잃었을 때 사람을 얼마나 외롭게 만드는지.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했나 봐요. 강박이 아닌 재미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잡은 것은 미디였다. “피아노를 칠 때 느꼈던 따뜻한 소리의 느낌을 어떻게 하면 재밌게 되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클래식 피아노 전공자에서 컴퓨터 음악 엔지니어로의 전향은 그 스스로 “평생 피아노를 쳐 온 사람이 처음 바이올린을 집어든 것처럼 난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2004년 편곡자 BK에게서 프로그래밍을 배운 뒤 작곡가이자 가수 윤상에게 발탁됐고 ‘동방신기’, 윤건의 앨범과 각종 영화 OST의 편곡을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번 앨범에는 삼바 리듬과 풍성한 브라스 사운드가 인상적인 타이틀곡 ‘어쩌면 우리’를 비롯해 총 9곡이 담겼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짓눌리고 깨진 파열음들이 분해와 재조합을 거쳐 따스한 소리로 변모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작사를 빼고 모든 곡의 작곡 편곡 코러스 믹싱까지 4년 동안 골방 작업실에서 혼자 이뤄낸 온전한 자신의 앨범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카페 내의 커피잔을 부딪치거나 수다 떠는 소리에도 귀를 쫑긋 세우다 “자신만의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선 좋은 믹싱 기계보다는 사소한 소리까지 포착해내는 ‘좋은 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곡가에게는 자신만의 멜로디가 있고 가수에게도 독특한 창법이 있는 것처럼 누가 들어도 구분되는 나만의 소리죠.”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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