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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25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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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당한 이윤학 시인이 그동안 펴낸 일곱 권의 시집 가운데서 연시(戀詩)만을 골라 엮었다. 사랑을 노래했지만 사랑의 기쁨과 희열보다는 아픔과 그리움을 노래한 시가 더 많다.
“여자는 털신 뒤꿈치를/살짝 들어올리고/스테인리스 대야에/파김치를 버무린다//스테인리스 대야에 꽃소금/간이 맞게 내려 앉는다//일일이 감아서/묶이는 파김치.//척척 얹어/햅쌀밥 한공기/배터지게 먹이고픈 사람아.//내 마음속 환호歡呼는/너무 오래 갇혀 지냈다.(첫눈)”
“자기 자신의 괴로움을/어떻게 좀 해달라고/원하지 않는 해바라기여//죽는 날까지/배 속이 / 까맣게 타들어가도/누군가를 부르지 않는 해바라기여/누군가를 원망하지 않는 해바라기여”(해바라기)
◇습관성 겨울/장승리 지음/112쪽·7000원·민음사
2002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장승리 시인의 첫 시집이다. “몸 속에서 프로펠러처럼 돌아가”(신경성 하혈), “면도날로 동시에 제 목을 가른다(꽃동산)처럼 50여 편의 시들은 베일 듯 날카롭고 차가운 시어가 강렬한 파편이 되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려워서 긁는다 긁다 보니 긁는다 가렵지 않아도 긁는다 눈보라처럼 버짐이 일어난다 창문을 긁고 가는 바람의 메마른 웃음을 분석하고 싶은 밤 네가 내 앞에 서 있다 거울을 통해 자기 등 뒤를 살피던 고양이의 매서운 눈매를 하고 있는 너 네 앞에서 나는 왜 거울인가”(습관성 겨울)
사랑의 고통을 겪었다면 누구나 아파하며 읽을 수 있는 시집이지만 “하얗게 빛나는 날 다시 또 태어날 것”(나머지 빛)이라는 시인의 말처럼 위로 받을 수 있다.
◇살다보면 기도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찾아온다/김우종 이재길 엮음/168쪽·7500원·정신세계사
기독교 뿐만 아니라 불교, 아프리카 토속 신앙, 아메리카 인디언 등 동서고금의 다양한 문헌에서 찾아낸 110편의 기도시를 엮어 펴낸 책이다.
“제가 일의 부름을 받으면 그때가 언제든 불길이 얼마나 무섭든 간에 한 생명을 구해낼 힘을 주소서. 그리고 제가 만일 당신의 뜻에 따라 생명을 잃게 된다면 부디 신의 은총으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소서.”(작자 미상_소방관의 기도)
“창조주여, 이 세상의 지배자여, 아버지여, 저를 구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요. 하지만 당신은 더 강했습니다. 나락이 얼마나 깊었던지요. 하지만 당신은 더 깊었습니다.”(아프리카인의 기도)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