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메이저 신문에 광고하지 말라고 했잖아, …”

  • 입력 2008년 8월 1일 03시 01분


인터넷카페에 3대신문 광고 실은 기업리스트 올려 조직적 협박전화

일부세력은 공권력까지 조롱… 본사 시장경제 근간 흔드는 데 정면대응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위험성을 과장하고 왜곡해 국민의 불안감을 한껏 증폭시킨 일부 세력은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내는 기업이나 단체에도 협박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강조하면서 좌파 세력에 굴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온 동아일보 등 주류(主流) 신문의 재정적 기반을 흔들기 위한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었습니다.

광고주 협박 사태가 본격화한 것은 과장 왜곡보도로 물의를 빚은 MBC ‘PD수첩’이 메이저 신문을 공격한 직후인 5월 하순이었습니다. 반정부 불법 폭력시위의 사이버 근거지 역할을 해온 다음의 아고라에는 주요 신문에 광고를 내는 대기업 관련부서 전화번호가 올라왔고 이어 본격적인 전화 협박이 시작됐습니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에 광고하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불매 운동을 하겠다”는 으름장이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협박도 이어졌습니다. 한 국가공인자격증 시험 교재 출판사 사장은 “‘메이저 신문에 광고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 ××야’라는 욕설이 기본인 전화를 하루 100∼200통씩 받았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한 중견업체의 직원은 “영향력이 있고 구독자가 많은 신문에 광고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대답했다가 “가족을 다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을 받았습니다.

광고주 협박세력은 일부 여행사에 대해서는 무더기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거나 홈페이지를 공격해 상품 안내나 여행대금 결제 업무를 마비시키기도 했습니다. 아고라에는 “일반전화로 전화 걸면 돈 드니까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분들은 ‘수신자 부담’으로 (협박)전화해 주세요”라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5월 31일 다음에는 이른바 ‘조중동 폐간운동 국민캠페인’ 카페가 생겼습니다. 이 카페에는 매일 협박할 대상 기업 목록(3대 신문에 광고 실은 기업들)을 ‘숙제’라는 제목으로 올려놓고 게시판상에서 서로 ‘숙제하자(광고주 협박전화 걸자)’며 독려했습니다.

다음의 ‘이명박 탄핵 범국민운동본부’ 카페에서는 협박전화를 주도적으로 걸 ‘올빼미 통신원’ 50명을 별도로 모집해 운영했습니다. 이름이 올빼미인 이유는 쥐의 천적이기 때문인데, 이 카페는 이명박 대통령을 ‘쥐박이’ ‘쥐새끼’ 등으로 표현했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권력과 결탁해 특혜를 누리면서 메이저 신문 공격에 앞장섰던 일부 좌파 성향 언론단체와 매체는 광고주 협박 사태를 ‘건전한 언론소비자 운동’으로 미화(美化)했습니다.

하지만 동아일보를 비롯한 주요 신문이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면으로 대응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양식 있는 분들도 일부 좌파 세력에 시달릴 것을 각오하고 용기 있게 입을 열었습니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기업들이 필요하면 광고를 하는 것이고 매체는 광고 효과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며 “광고주 협박 사태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민병준 한국광고주협회 회장은 “기업의 자유로운 광고 집행을 방해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명백한 반(反)소비자 운동”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광고주 협박 사태의 불법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확산되면서 검찰은 6월 20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7월 1일 ‘광고주 협박 관련 게시물 대부분이 불법인 만큼 삭제 조치하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광고주 협박의 피해를 당한 기업들도 이를 주도한 세력을 대상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세력은 이후에도 “권력의 시녀인 검찰 니들은 내일부터 밥도 처먹지 마라” “검찰도 OUT”이란 글을 아고라 등에 올리며 공권력을 조롱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막상 검찰에 소환되자 “광고주 리스트와 전화번호를 인터넷에 올린 것은 사실이나 누리꾼들이 그렇게 전화 공격을 할 줄은 몰랐다”고 발뺌했습니다.

동아일보가 ‘메이저 신문을 인위적으로 망하게 하는 것’을 최대의 지상과제로 삼은 세력들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동아일보를 성원해준 독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소규모 자영업을 하는 독자 이성철 씨는 7월 3일자 동아일보에 ‘힘내라 동아일보!’라는 문구의 광고를 자비(自費)로 냈습니다. 이 씨는 “최근 광고주 협박 건은 1975년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와 본질적으로 똑같다. 협박에 시달려 기업이 광고하지 못한다면 일반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일부 기업인들의 용기도 돋보였습니다. 한 통신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메이저 신문 광고 집행을 최대한 늦추자’는 실무진의 건의를 받고도 “이처럼 불법적이고 말도 안 되는 ‘떼쓰는 행태’에 굴복하면 사회 전체가 불행해진다”며 광고 집행을 지시했습니다.

한 중화학업체의 CEO는 “한국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온 메이저 신문에 집행하는 광고 비용은 광고 효과에 대한 대가이지만, ‘체제 유지 비용’의 의미도 있다”며 “동아일보 등에 대한 광고 집행을 연초 계획보다 늘리라”고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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