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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27일 03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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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건강해야 가정이 살고 가정이 건강해야 나라가 산다. 아버지의 위상을 정립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가족에게 보여주는 일, 그것이 진정한 선교 활동이다.”
기독교문화 선교기관인 두란노서원이 이 같은 믿음으로 1995년 개설한 ‘두란노 아버지학교’. 아버지의 정체성과 가족 사랑을 되살리기 위한 이 프로그램이 28일 2000회를 맞는다.
○ 1995년 이후 13만5000명 참가… 해외 35개국에도 개설
매주 주말 1회씩 4, 5주에 걸쳐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재횃불센터 등지에서 진행되는 두란노 아버지학교에 14년 동안 13만5000여 명이 참가한 것. 매회 참가자는 100여 명으로,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하다.
두란노서원은 출범 초기엔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토요 아버지학교를 진행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비기독교인들의 참여가 늘면서 2000년 이들을 위해 열린 아버지학교를 개설했고 2006년엔 미혼 남성을 위한 예비 아버지학교를 시작했다. 지난달엔 ‘태안 희망 아버지학교’를 열어 태안 지역 어민 아버지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아버지학교는 해외에서도 인기다. 2000년 미국 포틀랜드에서 처음 문을 연 이후 일본 러시아 인도 등 35개국에서 2만5000여 명이 이 학교에 참가했다. 교포뿐 아니라 현지의 외국인 아버지 참가자도 점점 늘고 있다. 10월엔 멕시코 아버지학교가 개설된다.
이 운동의 주역인 두란노 아버지학교의 김성묵(60·온누리교회 장로) 대표는 “아버지학교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아버지의 위상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참가자의 70% 정도는 가족에게 등을 떠밀려 오는 아버지들. 김 대표는 “다들 처음엔 ‘나 정도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하다가 몇 시간 지나면 ‘내가 가족들에게 이렇게 상처를 주었구나’라며 반성한다”고 전했다.
○ “가정이라는 기본에 충실해야 기독교 바로 선다”
아버지학교에선 강의보다 직접 실천하는 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버지들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는 것이다.
“몇 줄 쓰지도 못하고 엉엉 울어요. 한 장 쓴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아버지께 잘못한 일이 떠올라 울고, 어떤 사람은 아버지를 그토록 미워했는데 자신도 그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울고….”
‘자녀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 써 보기’도 흥미롭다.
“대부분 몇 개도 못 씁니다. 만날 애들 야단만 쳤으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의 맘에 들지 않는 점을 써 보라고 했죠. 그건 잘 쓰더군요. 딸이 덜렁댄다 등등. 그럼 그걸 살짝 뒤집어 보라고 하죠. 우리 딸아이가 명랑하고 소탈해 보이고, 그게 바로 칭찬입니다. 집에 돌아가 이것을 하나 둘씩 실천하면 됩니다.”
지난해엔 한국해비타트와 함께 사랑의 집짓기에 참가하기도 했다. 두란노서원과 김 대표에게 아버지학교는 성스러운 하나님 사역이다.
“요즘 대형 교회는 늘었지만 기독교인들은 줄고 있습니다. 가정이라는 기본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남들은 잘 용서하면서 가장 용서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내와 자녀 아닙니까. 그들을 먼저 사랑해야죠. 그러려면 진정한 아버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게 하나님의 뜻이고 진짜 선교입니다. 그 선교를 먼저 해야 합니다.” 02-2182-9100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