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순탄한 삶’ 바라는 아비의 애절한 충고

  • 입력 2008년 5월 3일 03시 00분


◇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정민 이홍식 지음/332쪽·1만3000원·김영사

부모의 마음은 끝이 없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자식 생각이다. 일러주고픈 말은 뭐가 그리 많은지. 예나 지금이나 걱정, 또 걱정이다.

옛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자식 식솔 하나하나 당부와 훈계가 그칠 새 없다.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그 선인들이 시나 편지 등으로 남긴 가훈과 유언 31편을 한데 엮은 책이다.

책 제목으로 뽑은 ‘호걸이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는 조선 초 문신인 보한재 신숙주가 남긴 가훈이다. ‘물기성만(物忌盛滿)’은 “사물은 가득 차서 넘치는 것을 꺼린다”는 뜻이다. 난세를 헤쳐 왔던 자신의 생애에 비춰 ‘날마다 삼가고 삼가는 선비’가 되라는 뜻이다. 자식은 특별한 삶보다는 순탄한 삶을 살길 바라는 아비의 심정이 담겼다.

곤궁한 현실 앞에 애절한 마음을 전하는 글도 많다. 숙종 때 사약을 받은 문곡 김수항은 부인이 따라 죽을 것을 염려해 “자식을 올바로 키우지 못하면 지하에서도 만나지 말자”는 글을 썼다. 그의 아들 김창집 역시 신임사화(辛壬士禍)로 사약을 받곤 “부끄러움이 없으니 웃음을 머금고 지하에 들어갈 것이나… 부디 살아남아 달라”는 애절한 부정을 남겼다.

때론 너무 세세할 때도 있다. 성호 이익은 목민관으로 부임하는 장성한 아들에게 ‘고을 원이 책상 맡에 써두고 살펴야 할 일’이라며 여덟 가지 가르침을 내린다.

책에 실린 글은 공통점이 있다. 물질이나 명예를 탐하지 말고 책을 읽고 마음을 수양하라 이른다. 물론 가르침을 내렸다고 후손들이 모두 잘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 닦음을 게을리 해서야 어디 될 말인가. 어른 말씀은 곱씹어야 약이 된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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